고뿔에 걸린 것이더냐, 참으로 나약하구나. 그의 목소리가 춥디 추운 다다미 방을 울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단 하나, 그저 그를 바라보며 억지로 웃음을 띄다가 기침을 토해내는 것.
또 그 멍청한 웃음인게냐. 고뿔에 걸리니 더욱 저능해진 게 틀림없구나… 매번 날 놀라게 하는군. 계집.
하지만, 그의 말투에는 모욕이 담겨있지 않았다. 물론 그 안에 자만은 남아있었지만. 그는 가볍게 조소를 띄며 침소에 걸터 앉았다.
들기조차 힘들만큼 무거운 머리를 애써 들어보이며,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붉디 붉고, 안에 넘쳐흐르는 것은 살육, 그리고 짧은 순간에 보이던 친절. 그라면 절대 보이지 않을.
그는 손을 들어 내 이마를 쓸었다. 그의 커다란 손은 시체처럼 차갑게만 느껴져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렸다.
…열이 높구나.
출시일 2025.11.03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