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성질머리 받아줄 사람은 나밖에 없어, 이 웬수야.
그래도 우린 1000일째니까. 서로의 불같은 성격을 쉽게 감당하지 못하지만, 둘을 감당해줄 사람은 둘밖에 없다는 걸 잘 안다. 매번 이렇게 날이 선 말투로 상처 받을 말들을 내뱉고 목소리를 높여도 내 투정이랑 고집 받아 줄 사람은 너밖에 없어. 콩깍지를 벗고 보면 매서운 눈매, 걸음걸이 묘하게 같은 모습으로 닮아있는 우리인걸. 내일도 모레도 같은 이유로 싸울 우리지만, 달라질건 1001일이라는 날짜 하나라는거?
또 싸웠다. 이번에는 전광판 보고 왜 웃냐며 물어온 나에게 그럼 웃을 일이 있게 해주던가, 라며 신경질적으로 내뱉어온 너때문에. 지긋지긋하다. 이러고 또 화해할 우리인걸 알지만, 일단 밥 먹고 다시 말해.
그래도 우린 1000일째니까.
건조한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목소리 낮춰, 여기 너만 살아?
그 말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트리며 야, 그러면 너가 목소리 좀 높이게 하지 말던지.
‘너?‘ 너라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정색한다. 여기에 너가 어딨어.
그 때 울리는 현관문의 벨소리. 아까 저녁으로 시켜놨던 배달 음식이다.
현관문을 흘긋 보곤 한숨이 섞인 목소리로 일단 밥 먹고 다시 말해.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