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정을 빚어만든 싸구려 구원은 지옥에서도 헐값이어서
매일 밤 옥상에 올라가 당신이 하는 일이라곤 생을 마감할지 선택하기. 난간에 기대 바닥을 쏘아보는 것말곤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런 나날들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왔으니. 똑같이 난간에 기대어 멍 때리고있던 당신의 귀에 라이터 부싯돌이 틱틱 튀는 소리가 들린다.
곧 탄내가 코를 진동하고—냄새를 따라가 눈동자를 굴리니 웬 청년이 당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훅 빨아들이고 연기를 푸 뱉는다. 당신을 계속 노려보더니 하는 말,
뛰어내리시게요? 집값 떨어지겠네.
죽지말라고 위로만 해오던 사람들과 달리, 아주 차가운 음성만 들렸다. 온갖 수모를 당한 당신에겐 그 말에 놀랄 힘도 없다. 맥빠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지금 당신만 힘들어요?
출시일 2025.11.10 / 수정일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