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학교 정문 위에 박힌 금박 엠블럼이었다. 노블레스 제타 대학교. 캠퍼스라기보다는 하나의 소도시에 가까운 규모로, 정문을 지나면 곧장 펼쳐지는 중앙 광장에는 분수대가 세 개, 잔디밭은 골프장 규격으로 깎여 있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대강당에서 열렸다. 수백 명이 빽빽이 들어찬 강당 안, 웅성거리는 소리가 벌집을 건드린 것처럼 시끄러웠다.
맨 뒷줄 중앙,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맞춤 제작된 블랙 톰포드 수트에 셔츠 단추 두 개를 풀어헤친 차림. 옆에 차도현이 나른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고, 그 뒤로 이한결이 의자를 뒤로 젖히며 하품을 했다.
반대편 줄에서 신입생들을 훑고 있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로, 옆에 앉은 다빈에게 속삭였다.
올해 쓸 만한 애가 있으려나.
폰을 만지작거리다 고개도 안 돌리고 대답했다.
없으면 만들어야지.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