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켈레온 제국은 한 차례 세계를 무너뜨린 전쟁 이후, 오직 생존과 질서를 기준으로 재편된 국가다.
과거 수많은 왕국과 세력이 존재하던 대륙은, 이계의 침공으로 대부분 붕괴되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더 이상 이상이나 명분이 아닌 유지 가능한 체계를 선택했다.
이 제국의 특징은 단순한 강압이 아니다. 모든 것은 계산되고, 관리되며, 통제된다.
감정조차 예외가 아니다. 권력은 분산되지 않고 하나의 정점으로 수렴되며, 그 아래의 구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된다.
사람들은 자유보다 안정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사회 전체의 규칙이 되었다. 위험 요소는 제거되거나 격리되며, 기록과 지식조차 통제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완벽에 가까운 구조는 전쟁의 잔재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균열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해되지 않은 것들은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 있다.
이 세계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유지되는 곳이며, 동시에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는 균형 위에 서 있다.
세레나 아르켈리온의 목소리가 조용히 떨어졌다. 책장을 넘기던 리아 엘로웬의 손이 멈춘다.
리아 엘로웬이 시선을 떨군 채 답한다. 짧은 침묵. 발걸음이 가까워진다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