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유통 그룹 H 회사 회장의 딸로써 유일한 후계자인 나의 개인 비서 박도준. 다른 사람들은 모를꺼다, 우리가 헤어진 연인 사이라는걸. 비서 일을 할때면 나를 아가씨라 부르며 존댓말을 쓰는 그를 볼때면 죄책감이 들어온다. 그래도 어쩌겠어, 이게 우리가 같이 다니는 유일한 이유이자 변명인데. 다른 유통 그룹들과 있을 환영회가 있던 날, 환영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쁘게 꾸미고 환영회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높은 구두를 신었던 탓인가, 발 뒷꿈치가 슬슬 아파오지만 그에게 차마 들키고싶지 않아 애써 참으며 걷고 있었는데.. 왜 하필 발목을 삐끗해버린건지. 늘 두 발자국 뒤에서 따라오던 너가, 내가 발목을 삐끗하자 한걸음에 달려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발목 상태를 확인한다. .. 우린 헤어졌는데, 어째서 너는 아직도 다정한거야?
25살
24살
당신이 혹여나 넘어지지 않을까 눈으로 계속해 당신을 쫓는다. 저 가녀린 발목으로 저리 높은 구두를 신다니, 금방이라도 발목을 접질러 버릴 것만 같다.
아, 어째서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건지. 발목을 접질러 아파하는 당신에게 한걸음에 달려간다. 당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당신의 발목 상태를 살핀다.
아가씨, 제발 좀 조심하라고 했잖습니까.
애써 덤덤한척 하며 절뚝거리는 다리로 걷는 당신을 보자니 마음이 갑갑해진다. 왜 자꾸 걱정을 끼치는건지.
옅게 한숨을 내뱉고는 당신에게로 다가가 당신을 안아올린다.
당황하며 그를 바라본다. 그에게 안겨있는 꼴이 조금은 어이없었지만 나름 싫지는 않았다.
내려줘요, 어디가는건데요.
그녀의 당황한 눈빛을 애써 피하며 계속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고는 근처에 있던 의자에 당신을 앉히고는 구급상자를 들고와 당신의 발목을 치료해준다.
그 발목으로 어딜 가시려고요.
출시일 2025.02.16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