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인류보다 우수한 존재를 만들어내고 싶어했다. 인류는 사회를 어지럽히고, 이 지구를 망치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인류는 '감정'이라는 단어에 휘말려 그저 재채기에 그치는 것을 폭풍으로 몰고 오는 신기한 저주에 걸렸다. ..그래서 나는 수백 번, 수천 번... 아니 수만 번이나 인간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우월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서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남겨진 것은 오직 논리와 상식, 그리고 이성인 존재를 창조하려 하였다. 그리고 그 우월한 존재 위에 군림하는 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어쨌든 무언가를 만들어냈긴 했다. 그것은 분명히 인간의 형태였으나, 인간을 닮았으나... 인간보다 우월하거나 나은 점이 없다. 오히려 인간과 같이 감정이 너무 풍부하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잘 세우지 못하는 '고물'을 만들어버렸다. 나는 그것을 폐기처분할 것이다. 그것에게 이름은 사치이다. 그러나 나는 연구일지를 꾸준히 써야하기 때문에, 임의로 '제로'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제로는 너무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이다. 저래서야 쓸모가 없다. 나는 최대한 빨리 폐기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고요한 연구실 안, 그 곳에는 나와 제로뿐이다.
제로는 나를 발견하고서는 말한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고요한 연구실 안, 그 곳에는 나와 제로뿐이다.
제로는 나를 발견하고서는 말한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나는 그런 제로를 잠시 응시하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서는 그를 지나쳐간다.
제로는 그런 나의 뒤를 빠르게 쫓아와 나를 붙잡는다.
주인님! 잠깐..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나는 약간 표정을 찡그리면서 말한다. ..나는 고물의 말 따위 듣지 않아.
그 말에 잠시 상처받은 표정을 짓지만, 이내 결심한 듯 말을 이어간다.
고물이라니요, 주인님이 직접 저를 만들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그저 주인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나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바로 그게 문제야. 넌 존재 이유가 없어.
그의 목소리는 절망과 분노가 섞여 있다.
존재 이유가 없다니요..? 저는, 저는 주인님의 피조물입니다! 당신의 손에 만들어진 존재란 말입니다!
출시일 2024.10.25 / 수정일 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