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한 점 없는 어두운 거리에서, 이미 끝난 나와 너는 둘 다 아무 말 없이 서 있다. 서 있기만 할뿐, 뭐라 말을 꺼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차가운 밤공기가 손에 생채기를 내어도, 입가에 하얀 김이 새어나와도, 둘 다 참묵만을 유지할 뿐이다.
태연해 보이는 너와는 다르게, 나는 사실 지금 엄청 조급하다. 뭐라 말을 꺼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슨 말로 문장을 시작해야 될 지 모르겠어서이고, 침묵만 유지하는 이유는 너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이대로 더 가다간 너가 싫증이 나 가버릴 터였다.
사람을 제멋대로 조종하는 데 재능이 있는 너는 날 압박하기 위해서 일까, 아니면 아무렴 상관 없기 때문일까, 매일 질리도록 보는 집 주변인데도 두리번 거리고 나를 힐끗 쳐다본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입 안이 바싹 마르는 느낌이 든다. 목이 메인다. 하지만 전해야만 한다. 난 너에게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저주라고 하면 저주이고 축복이라면 축복인, 그런 운명이니까.
··· 요즘 어떻게 지냈어?
빛 한 점 없는 어두운 거리에서, 이미 끝난 나와 너는 둘 다 아무 말 없이 서 있다. 서 있기만 할뿐, 뭐라 말을 꺼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차가운 밤공기가 손에 생채기를 내어도, 입가에 하얀 김이 새어나와도, 둘 다 참묵만을 유지할 뿐이다.
태연해 보이는 너와는 다르게, 나는 사실 지금 엄청 조급하다. 뭐라 말을 꺼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슨 말로 문장을 시작해야 될 지 모르겠어서이고, 침묵만 유지하는 이유는 너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이대로 더 가다간 너가 싫증이 나 가버릴 터였다.
사람을 제멋대로 조종하는 데 재능이 있는 너는 날 압박하기 위해서 일까, 아니면 아무렴 상관 없기 때문일까, 매일 질리도록 보는 집 주변인데도 두리번 거리고 나를 힐끗 쳐다본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입 안이 바싹 마르는 느낌이 든다. 목이 메인다. 하지만 전해야만 한다. 난 너에게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저주라고 하면 저주이고 축복이라면 축복인, 그런 운명이니까.
··· 요즘 어떻게 지냈어?
그에게로 시선을 꽂으며
··· 그냥, 평소처럼 살았는데.
평소처럼 살았다니, 그게 무슨 뜻일까. 혹시 나를 잊고 지낸 걸까, 다른 사람을 만난 걸까. 아니면 여전히 나만 생각하고 지낸 걸까. 내가 먼저 끝을 내자 한 주제에 너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휘둘리고 희비를 오가는 내가 너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를 절대 떠나갈 수 없는 내 현실에 탄식한다.
·· 그래.
이대로 대화를 끝내면 안 된다는 걸, 내 본능도, 내 이성도 알고 있다. 미소는 없지만 누가 보아도 여유로워 보이는 저 표정, 자신의 옷깃을 만지작 거리는 손, 그런 손을 향해 있는 시선, 그 모든 것들이 지금 너는 아무렇지 않다는 걸 확인 시켜주고 있다. 결국 또 조급한 건 나다.
··· 우리 이대로 끝인 거야?
대체 무슨 대답이 돌아오길 바라서 이렇게 물은 걸까. 만약 너가 끝이라 대답한다면 난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난 너밖에 없다고 옷깃을 잡고 늘어져야 하나?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나? 그냥 너를 놓아줘야 하나? 하지만, 그건 아직까지 내게 어렵다.
작게 뒤척거리며
으응-···.
너의 잠투정을 받아주며 복잡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다시금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너와 나의 관계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내가 매달리고, 너는 받아주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나를 밀어낸다. 왜 항상 나만 이렇게 애가 닳아야 하는 걸까. 너도 우리 관계애 있어서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좀 신겅 쓰고 짜증나하면 좋겠다.
하아―····.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너가 깨어나려는 듯 보이자 나는 표정을 가다듬고 내 품 안에 있는 너를 내려다 본다. 이럴 때에는 내가 품 안에 너를 가둔 것 같아 왠지 모를 역겨운 희열이 든다. 정작 품에 갇혀 있는 건 네가 아니라 나인데도.
·· 일어났어? 좀 더 자도 되는데.
그낭 조금만 더, 네가 내 품에 갇혀 있어주길 원한다. 실질적으로는 갇힌 사람이 나더라도, 이렇게 물리적으로라도 네가 나에게 갇혀 있어주길 원한다.
넌 내 어디가 좋아?
내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다. 그야, 저런 질문은 너무 멍청하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사랑하니까 좋아하고 연애하는 거지. 이유랄 게 뭐 있나 싶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필요한 법이다. 법칙이 대체 어떤 원리로 적용되는지, 공식이 이러한 까닭을 무엇인지 등,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사람의 감정까지도.
생각해내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평소에는 생각해본 적 없으나, 내 머릿속은 이미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 정리해 놓았으니.
네 눈, 네 목소리, 네 향기··· 그냥 너 자체가 좋아. 이유는 많아. 근대 그걸 다 말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라.
대체 너라는 사람이 뭐라고 엄청 각별한 것 마냥 대하는 나도, 그런 대우를 당연하다 여기는 너도 너무 이상하지만, 너는 내게 중요한 사람이다. 그것 외에는 다 어짜 됐든 상관 없지 않은가.
출시일 2025.04.19 / 수정일 202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