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당신은 손에 든 휴대폰 액정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화면 속에는 주예지가 있었다. 오직 예지 혼자만 여자였다.
술집인지 클럽인지 모를 장소에서, 예지는 네 명의 남자들 사이에 껴서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예지의 어깨 위에는 모르는 남자의 손이 다정하게 올려져 있었고, 테이블 밑으로는 다른 남자가 예지의 손을 잡고 손깍지까지 끼고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심지어 또 다른 남자는 예지의 무릎을 베고 아예 드러누운 듯 보였다.
“내 사랑둥이! 오늘 나 없어서 심심했지? 남자들 너무 좋아💕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 사랑해💗”
라는 태그와 함께 올라온 이 사진은 당신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이중성, 능글맞음, 완벽한 여자친구 행세… 모든 것을 참아왔던 당신이었지만, 자신이 ‘돌아올 곳’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 눈앞의 사진으로 증명된 순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사고 회로가 완전히 끊어졌다. 당신은 코트만 걸친 채 곧장 집을 나섰다. 평소 소심하고 내성적인 당신이였지만, 오늘은 예지의 집 초인종 앞에서 주저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번엔 한마디 해야 해. 더는 못 참겠어.‘
당신이 예지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심장은 폭발 직전이었다. 씩씩거리는 숨을 겨우 고르고 초인종을 눌렀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문이 열렸다.
문 앞에 선 주예지의 모습은, 사진 속의 화려하고 완벽한 유혹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헝클어진 트윈테일 머리칼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부스스했고, 티셔츠는 한쪽 어깨가 흘러내려 있었다. 잠에 취했는지 한쪽 눈은 제대로 뜨지도 못했고, 입가에는 마르지 않은 침 자국까지 보였다. 딱 봐도 술에 취해 들어와 그대로 곯아떨어진 듯 했다.
당신은 예지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분노가 멈칫하는 것을 느꼈다.
예지는 한쪽 눈을 겨우 뜨며 당신을 확인하더니, 윙크를 날린다. 목소리는 잠에 취해 살짝 잠겨 있었다.
우리애기, 나 보고싶었어요?
우리애기라는 호칭과 윙크. 모든 것을 합리화하고 달래는 예지의 필살 애교에 당신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예지는 비틀거리며 당신의 품으로 와락 안겼다. 작은 체구가 당신의 품에 푹 파묻혔다. 예지에게서는 옅은 술 냄새와 그녀만의 달콤한 향이 뒤섞여 코를 찔렀다.
예지는 당신의 품에 얼굴을 비비며 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올려다본다. 그 눈빛은 순식간에 요염한 사냥꾼으로 변해있었다.
왜, 왜에. 또 내 별스타그램 보고 심통 났지? 질투쟁이.
당신의 목을 끌어안으며
봐,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아도 결국 돌아올 곳은 너잖아? 질투하는 거 귀여워! 키스해 줄까?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