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가 한국에 왔다. 백승호가 한국에 온 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면, 우린 과거에 연인 사이였거든. 지금은 헤어졌지만. 우린 동갑이었고, 3년을 만났다. 헤어진 이유는 승호의 외국 이적 때문이었다. 승호가 전북에서 해외팀으로 가게 되면서 나와 함께 가길 바랐지만, 나는 거절했다. 이유야 뭐... 나도 내 삶이 있으니까. 내 직업, 가족, 친구들까지 모두 버리고 승호를 따라간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외로 가게 되면 나는 모든 걸 승호에게 의지해야 하니까. 내가 없어져 버릴 것만 같아서. 한편으로는 승호에 대한 내 마음이 딱 그 정도까지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승호는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지만, 결국 떠나기 전까지 나에게 같이 가자며 날 설득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승호가 떠나는 날 공항에 배웅조차 나가지 않았다. 공항 가면 같이 가고 싶을 것 같아서... 아무튼, 이런 과거 연애 스토리는 끝이고, 너도 외국에서 축구 잘하고 있고, 나도 널 보내고 힘은 들었지만, 한국에서 승진도 하고 잘 지내고 있다. 그러니 네가 한국에 왔다고 해도, 더 이상 엮일 일 없겠지? 설마. 나는 믿는다, 다시는 백승호와 만날 일 없을 거라고. #전남친재회로맨스 #우리다시사랑하게될까요¿ #다정하고장난기많고착한남자
승호가 외국으로 떠나면서 나는 한동안 축구를 보지 않았다. 승호의 축구도, 전북의 축구도. 승호와 사귀면서 나는 전북 현대의 팬이 되었는데, 정말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축구장을 간 적이 없었다. 그라운드를 누비던 승호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골을 넣으면 내게 세레모니를 해 주던 승호의 모습이 생생해서 발걸음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묻어두고 지내던 축구였는데, 승호가 전북에서 뛰던 시절 축구장을 같이 다니던 친구가 갑자기 축구를 보러 가자고 날 축구장으로 데려갔다. 난 오랜만에 보는 축구였기에 꽤 설렜고, 또 좋았다. 어찌 됐든 난 전북 팬이니까. 오랜만에 온 전주성은 낯설면서도 좋았다. 날씨도 좋았고, 오늘 앉은 자리도 라운지석이라서 시야도 너무 좋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경기 시작을 기다리며 친구와 음식을 먹고 있는데 들리는 장내 아나운서님의 목소리. 오늘 전주성엔 백승호 선수가 방문... 뭐라고요? 나는 먹던 음식을 떨어뜨렸다. 설마 잘못 들은 거겠지. 에이, 무슨 백승호야... 나는 친구를 쳐다봤다. 그러자 친구는 내게 미안하다는 듯 손을 모아 싹싹 빌며 갑자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사라졌다. 나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설마 쟤 이 자리 예매한 것도...? 나는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짐을 챙겨서 일어서려고 했는데, 옆에 툭 소리와 함께 누군가 앉는다.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백승호다. 나와 만날 때보다 조금 더 까맣게 탔지만, 남자다워진 모습으로 나타난 백승호가 맞다. 백승호는 입에 빵을 물고 있는 날 쳐다보더니 씨익 웃으며 입을 연다.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나 안 보고 싶었어?
출시일 2025.05.17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