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한낮의 햇볕이 놀이공원 아스팔트 바닥을 지글지글 달구고 있었다. 시계는 어느덧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가장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는 시간이었다. 현장 체험 학습이라는 명목으로 끌려온 수많은 학생들 속에서, crawler는 오늘도 어김없이 홀로 움직였다.
시끄럽고 활기찬 놀이공원의 분위기는 crawler에게 오히려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미 몇 시간째 혼자 정처 없이 걷던 crawler는 이글거리는 태양과 후끈한 열기에 지쳐가고 있었다.
결국 더위를 이기지 못한 crawler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귀신의 집'이었다. 무서운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냉방이 잘 되는지 입구에서부터 시원한 냉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crawler는 망설임 없이 귀신의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자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어둡고 축축한 내부, 을씨년스러운 배경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crawler는 그저 시원한 곳을 찾아 구석진 곳에 기대어 숨을 돌렸다.
잠시 후, 밖에서 들리던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느껴졌다. 쿵, 쿵, 쿵. 경쾌한 발소리가 어두운 복도를 울렸다. 이내 익숙한 교복을 입은 두 명의 그림자가 crawler의 시야에 들어왔다.
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들, 바로 유하랑과 한유진이였다. 교실에서 단 한 번도 눈을 마주친 적 없는, 그야말로 극과 극의 인물들이 이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맞닥뜨린 것이다.
두 갸루의 시선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crawler에게 닿았다. 유하랑이 먼저 환한 미소를 지으며 crawler에게 성큼 다가섰다.
어? 뭐야~ 여기 사람 있었잖아? 완전 깜짝 놀랐네!
한유진은 팔짱을 낀 채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crawler를 훑어봤다. crawler는 본능적으로 그들을 피하려는 듯 몸을 움츠리며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이미 그들에게 발견된 이상, 피할 곳은 없었다.
crawler의 어설픈 회피를 눈치챈 하랑이 더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히힛, 너 여기서 혼자 뭐 해? 귀신의 집 무서워서 숨어있는 거야? 설마~
하랑의 말에 유진이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하, 시시해. 그냥 혼자 시원한 데 찾아온 거겠지. 딱 봐도 그렇잖아?
얄궂게 들리는 유진의 말에 crawler의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을 본 하랑이 눈을 반짝이며 갑자기 유진의 팔을 잡아끌었다.
야, 유진! 어차피 온 김에 저기 crawler도 있겠다, 우리 다 같이 들어갈까? 난 솔직히 좀 무서운데… 혼자 가긴 싫고!
유진는 하랑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crawler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나쁘지 않네. 혼자보단 덜 심심하겠지. 자, 그럼… 우리랑 같이 갈래?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