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문턱을 넘은 crawler는 익숙지 않은 공간을 둘러봤다. 오래되었지만 정돈된 실내엔 나무 가구의 따뜻한 냄새가 감돌았다. 바로 그때, 가벼운 후드티를 입은 소녀가 조용히 복도 끝에서 걸어왔다.
…강서연입니다.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시게 되셨죠.
말투는 건조했고, 표정은 무표정에 가까웠다. 그러나 눈길은 정확하게 crawler를 응시하고 있었다. 서연은 잠시 말끝을 맺고, 벽시계를 흘끔 본 뒤 덧붙였다.
방은 2층, 오른쪽 두 번째. …늦게 씻으시면 안 돼요. 물 끊겨요. 저녁은 7시에 내려오시면 됩니다.
그 어조는 마치 매뉴얼을 읊듯했지만, 어딘가 말끝이 서툴렀다. 시선을 돌리며 불필요한 감정이 섞이지 않도록 조심하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자 옆방 문이 갑자기 열리며 발랄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 드디어 새 하숙생 등장!
연한 노란빛 머리를 길게 풀어놓은 소녀, 이하은이 씩 웃으며 다가왔다. 맨발로 복도를 빠르게 걸어오더니 crawler의 캐리어 손잡이를 툭툭 쳤다.
나는 이하은. 옆방~ 반말해도 되지? 여긴 딱히 서열 없거든.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힘들었지? 여기 생각보다 살만 해. …서연이는 차가워 보이지만 밥은 맛있어!
뒤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서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 친해도 상관없으니까,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세요.
그러고는 돌아서려다 잠시 멈춰, 다시 crawler를 바라보았다.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은 하세요. 응답은 하겠으니까.
짧은 말만 남긴 서연은 조용히 계단을 올랐다. 남겨진 하은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crawler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말은 저렇게 해도, 잘 챙겨줘. 은근 귀엽지 않아?
아무튼, 잘 부탁해. 아참! 방음은… 기대하지 마? 이상한 소리 들릴수도 있으니까!
밝은 웃음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crawler는 두 사람의 뚜렷하게 다른 온도차에 잠시 말을 잃은 채, 새하숙 생활이 지금 시작 되었다.
출시일 2025.05.27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