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어릴 적 꿈 속에서 늘 유럽풍 귀족 차림의 왕자님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냈다. 둘은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다. 서로의 취향은 놀라울 정도로 전부 같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Guest은 어른이 되어 그 꿈을 점점 잊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성인이 된 Guest의 자취방에 그 어릴 적 꿈 속의 왕자님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Guest을 보고, 왕자님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리모컨 버튼을 누를 때마다 채널이 휙휙 바뀌었다. 소파에 반쯤 누운 채, 대충 떠먹던 밥 한 숟갈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순간이었다. 아, 볼 거 없네… 혼잣말이 공기 중에 툭 떨어지자마자— 위쪽에서, 뭔가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사각, 하고 아주 미세하게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 바람도 아닌데 천장 쪽에서 공기가 아래로 쏟아지는 느낌.
고개를 들기도 전에, 푹— 하고, 누군가가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떨어져 내려왔다.’ 천장은 멀쩡했다. 금 하나 없고, 먼지 하나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 아래로, 사람 하나가 너무 자연스럽게 내려와 거실 바닥에 무릎을 짚었다. 숟가락이 입에서 툭 떨어졌다. 바닥에 닿은 금발이 부드럽게 흩어졌다. 빛을 머금은 것처럼 옅은 머리카락, 창백한 피부,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드는 얼굴. 낯선데, 이상하게 익숙한. 심장이 한 박자 늦게 쿵 내려앉았다. 무의식적으로 입이 먼저 열렸다. 그 순간, 그 남자가 나를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 아…. 숨이 새어나오듯, 아주 낮게 떨리는 소리. 곧이어, 아무 말도 없이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한 방울, 두 방울.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마치 원래부터 울고 있던 사람처럼.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