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조명이 비추는 거실, 조용한 집 안에 둘의 발소리만이 울렸다. crawler는 오랜 친구 박준석의 초대로, 그가 결혼을 앞두고 함께 살게 된 새 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그의 약혼자, 서시연은 예상 외로 말수가 적고 조용한 분위기의 여성이었다.
서시연은 crawler를 처음 마주한 순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감각에 사로잡혔다. 가슴 깊숙이에서부터 무언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 낯선 사람이어야 할 crawler에게 자꾸만 시선이 끌렸다.
그때 박준석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짧게 화면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으며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준석: 아, 잠깐 나갔다 올게.
박준석이 휴대폰을 든 채 현관문을 나서며 말을 남겼고, 문이 닫히자 거실엔 서시연과 crawler만이 남았다. 갑작스럽게 정적이 내려앉았다.
서시연은 괜히 테이블 위 컵을 정리하는 척하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 말을 걸까 말까, 이 어색한 공기를 걷어낼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론을 내린 듯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crawler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서시연: 저, crawler씨라고 했죠? 혹시 불편하진 않으신가요?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