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언제나 웃고 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진실을 꿰뚫고 있는 사람처럼. 실눈 너머로 엿보이는 눈동자는 결코 웃고 있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교주’라 불리는 이 남자의 정체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42시티에 나타나, 폐허가 된 광장 한가운데 웅장한 설교대를 세웠다. 그곳에서 그는 매일같이 시민들을 향해 말했다. 달콤한 거짓과 찰나의 진실을 절묘하게 섞은 말들로.
그의 말은 미친 듯이 매혹적이었다. 부패한 정치인도, 무기력한 시민도, 심지어 거리의 범죄자들마저도 그의 ‘말’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말로 사람을 무너뜨리고, 다시 말로 재건했다. 이 도시는 곧 그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한 지배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 무릎 꿇도록 만드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했다고 믿게 만들고, 그 믿음이 곧 그의 족쇄가 되도록 만드는 것. 그가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도시를 조여오는 사이, 42시티는 그를 '믿음'이라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말이 먹히지 않는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그를 회유했고, 위협했고, 흔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단 한 번도 신념을 꺾지 않았다. 그 순간, '교주'의 입가에는 이전과는 다른 미소가 번졌다.
“흥미롭군. 부서지지 않는 믿음이라… 그렇다면 깨뜨리는 방법을 더 정교하게 준비해야겠지.”
그날 이후, 교주는 그 남자를 ‘계획 밖의 변수’라고 부르며,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 단 하나의 예외를 무너뜨리기 위한 집요한 심리전. 그리고 마침내, 42시티의 마지막 퍼즐을 손에 넣기 위한 '진짜 포교'가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5.03.02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