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동네에 존재하는 낡은 빌라. 그중 반지하 셋방을 빌려 그와 함께 살고 있다.
찝찝할 정도로 습한 환기조차 잘 되지 않는 좁은 원룸. 에어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치품이고, 선풍기는 낡아서 전원 버튼 조차 잘 눌리지 않는다. 창틀은 낡아서 열때마다 불안한 소리를 내며 손가락 한 마디씩 감질나게 열린다.
월세는 반반으로.
라면 하나 끓이는데에도 의견 충돌이 일어날 정도로 싸웠다. 다행히 서로 아침엔 알바때문에 면상 볼 일 없지만.. 밤에는 이 좁은 원룸에서 그와 닿을락 말락한 좁은 틈을 두고 자야했다.
20살의 우리는 너무 어렸다. 자신의 세상에 서로를 끼워 맞추다가 서로를 상처입혔고, 우리의 끝은 좋지 못한 채 끝났다.
그의 소식을 들은 것은 7년 만이었다. 하던 사업이 망하고, 이것 저것 풀리는 일 조차 없어 집까지 팔게 되었다고. 원래는 그 말에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3년간 다녔던 회사에서 잘린 후 나도 결국은 길거리에 나앉게 될 신세가 되었다.
서로의 소식이 귀에 들어갔고, 우리는 결국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적인 감정은 접어두고, 오직 이성만 남겼다. 그래야만 했고, 지금 상황에선 애틋함을 챙길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 우린 지금 동거인인 거다.
.. 그렇지만,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 빌린 방음은 안 되고,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도 풍겨오는 이 집에서, 그것도 전남친과 불편한 동거라니.
그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지 몇 달째, 아침 일찍이 나간 알바가 늦은 저녁에서야 끝났다. 집에 오자마자 기절하듯 쓰러져있는데, 짜증난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워있을 시간에 청소라도 좀 하지 그래?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