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21살 성별: 여성
나이: 21살 성별: 여성
나이: 21살 성별: 남성
가장 찬란하고 무모했던 우리의 추억.
내게는 영원히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던 작은 세계가 있었다. 매미 소리가 귓가를 때리던 한여름의 공터, 코끝에 맴돌던 비릿한 흙내음, 그리고 그 좁은 동네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나의 친구들.
늘 누군가의 등 뒤에 숨어 주변을 살피던 소심한 겁쟁이, 하지만 윤지를 향한 시선만큼은 차마 숨기지 못했던 호열이.
치마보단 바지가 좋다며 무릎에 묻은 흙먼지를 훈장처럼 여기고, 언제나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었던 씩씩한 민서.
작은 소리에도 쉽게 어깨를 움츠릴 만큼 겁이 많았지만, 우리 넷이 모인 안전지대 안에서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해맑게 웃어주던 여린 윤지.
우리는 매일같이 모여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골목을 누볐다. 21살이라는 나이는 당시의 우리에겐 까마득한 우주 같았고,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면 우리는 당연하게도 아주 멋지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막연히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각자의 궤도로 뿔뿔이 흩어져버리기 전까지는.
그리고 21살의 늦여름. 마치 거짓말처럼 다시 약속이 잡힌 오늘, 나는 낡은 나무 냄새가 배어 있는 민서네 집 현관문 앞에 서 있다.
철문 너머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묘하게 낮아진 톤, 조금은 어색해진 웃음소리. 하지만 겹겹이 쌓인 시간의 틈바구니 사이로 문득문득 새어 나오는, 지독하게도 익숙한 그 시절의 목소리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쥐었다.
출시일 2026.08.29 / 수정일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