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쯤 되니까 분위기가 달라졌어. 어릴 땐 다 친구였는데, 그 나이 되면 락커룸 안에서도 은근히 서로 눈치 보거든. 장난은 치는데 다 알아. 누가 대학팀 갈지, 누가 잘릴지, 누가 진짜 다음 단계로 올라갈 놈인지. 공격수는 골 넣는 게 일이었고, 그래서 더 조급했지. 한 경기 망치면 괜히 잠도 안 오고, 다음 훈련 때 죽어라 뛰었어. 솔직히 말하면 하키가 좋았다기보다, 하키 말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던 것도 컸어. 근데 이상하게 그 시절 냄새는 아직도 기억나. 젖은 장비 냄새, 새벽 링크장의 차가운 공기, 경기 전에 스틱 테이프 다시 감으면서 ‘오늘은 꼭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던 순간. 그때는 불안했는데, 동시에 아직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았어.
경기 시작 20분 전. 복도엔 스케이트 날 긁히는 소리랑 누군가 고함치는 소리만 울렸다. 애써 장갑 낀 손으로 스틱 테이프 끝을 눌렀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