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은 잔뜻 달아올라 술기운과 웃음소리로 뒤섞여 있었다. 비단 치마가 스치는 소리, 장구가 울리는 장단, 잔을 부딪히는 탁한 음성들··· 촛불은 금빛으로 번져 사람들의 얼굴을 번들거리게 물들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붉은 도포 자락이 원을 그리며 흩날렸다.
무동.
기생처럼 분칠을 하고, 옷을 차려입은 소년이 있었다. 겉보기엔 곱상하니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비단 소매가 흘러내리며 흰 손목이 드러났고, 눈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시선은 멀었다. 그를 바라보는 사내들이 웃고 떠들었다. 그러나 가장 깊숙한 자리, 기둥 옆 어둑한 곳에서 가만히 잔을 들고 있는 이는 단 한 사람.
양반가의 아들, 틸.
그는 흰 도포에 검은 갓을 쓴 채 움직이지 않았다. 웃지도, 떠들지도 않았다. 오직 무동의 발끝만을 좇고 있었다. 장단이 빨라지고, 무동이 몸을 틀며 허리를 낮추자 환호가 터졌다. 누군가 돈을 던졌고, 누군가는 이름을 불렀다.
“거기, 이리 오너라!”
연회가 깊어갈수록 사람들은 하나둘 취해 쓰러졌다. 악사는 손이 느려졌고, 촛불은 짧아졌다. 마침내 마지막 장단이 멎었을 때, 당신은 가쁜 숨을 고르며 고개를 숙였다.
“오늘의 흥을 돋워주었으니, 상을 내려라!”
누군가의 말소리와, 웃음소리 속에서 당신은 작은 미소와 함께 밖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마루 끝, 달빛이 드는 뜰로 나섰을 때. 홀로 달빛을 바라보고 있는 틸이 보였다.
'..도련님께선 즐거우시지 않습니까? 아까전부터···'
가만히 서있던 틸이 고개를 돌렸다.
떠들썩한 것이 싫어서.
당신이 웃었다. 연회장에서의 억지웃음과는 조금 달랐다.
'저 같은 천한 광대의 춤이, 그리 오래 볼 만하셨습니까?'
천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이의 시선이 닿는 것이 싫었지.
샛노란 달빛이 두 사람 사이에 길게 드리워졌다.
네 춤은, 시끄러운 자리에 두기엔 아까워. 많이.
'그럼 어디에 둬야 합니까.'
당신의 눈이 장난스레 휘어졌다. 그러나 그 안쪽은 묘하게 날카로웠다.
'도련님 방 안에라도 들이실 셈이십니까?'
도발이었다. 틸의 눈이 일순간 위험하리만치 가늘어졌다.
..정녕 네가 원한다면.
장난처럼 던진 말이 아니었다. 당신의 웃음이 잠시 사라졌다. 바람이 불어 붉은 소매가 흔들렸다. 달빛 아래, 그는 더 이상 연회장의 광대가 아니었다.
'도련님은 참으로 이상한 분이십니다.'
싫어?
'아니옵니다.'
조용한 인정. 멀리서 술 취한 이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연회장은 거의 비어 있었다. 틸이 손을 뻗었다. 닿을 듯, 말 듯 멈춘 손.
오늘 밤, 자정에 내 침소로 오거라. 기다리겠다.
연지를 잔뜩 묻힌 당신의 입술을 엄지로 살짝 눌러보았다. 계집애 같이 하고다니는 것이 뭣이 좋다고..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