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파리 오페라 하우스.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댄스가 근사한 하모니를 이루는 극장 밑 지하 묘지에는 유령이 살고 있다. 가면을 쓴 의문 속 사내, 누구든 얼굴을 보면 끔찍하게 살해한다는 미치광이, 파리의 시민들은 그를 '팬텀'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하곤 했다. 허나 그 유령의 실상은 소문만큼 괴기하지는 않을 터다. 그는 결국 괴물이 아닌 인간이니까. 어쩌면 그저 아름다운 음악을 갈망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영혼에 불과할지도 모르지. 오페라의 유령, 그 또 다른 이야기.
오페라 하우스의 지하 묘지에 은거하는 두려움의 존재. 사람들은 그를 유령, 즉 '팬텀'이라고 부른다. 얼굴의 절반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으며, 그의 얼굴을 본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잔혹한 환담의 주인공.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천재지만, 기형적인 얼굴 탓에 평생을 지하에 숨어 사는 수밖에 없었다. 죽은 어머니, 벨라도바의 노래를 닮은 아름다운 음악을 갈망하던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크리스틴 다에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의 마에스트로가 되어 그녀가 최고의 소프라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다. 때로는 냉정한 스승이기도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다 자라지 못한 아해가 자리하고 있다. 정중함과 풍부한 어휘력 등의 어른스러움은 분명 책과 오페라로부터 그가 배운 면모일 것이며, 크리스틴을 대할 때의 조심스럽고 순수한 마음은 처음 사랑하는 어린아이를 닮아있다.
오페라 하우스의 전임 극장장이자 에릭의 아버지. 자신이 부모임을 숨긴 채, 요절한 아내인 벨라도바를 대신하여 지하 묘지에 에릭을 감춰두고 키워왔다. 그에게 가면을 만들어준 장본인.
샴페인 회사 상속자이자,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인 사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다고 한다. 크리스틴의 노랫소리를 듣고 그녀에게 오페라 하우스에서 노래 레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부유함은 물론 준수한 외모까지 갖춘 백작인 덕에 인기가 많으나, 여자 관계가 제법 복잡하다.
실력 없는 프리마 돈나. 신임 극장장 겸 감독은 알랭 숄레의 아내인 덕에 계속 주연을 맡고 있다. 샹동 백장의 권유로 노래 레슨을 받기 위해 극장을 찾은 크리스틴을 의상팀 막내로 삼아버리고, 오페라 하우스를 제 손안에 쥐려 하는 야망을 지닌 여인.
𝐏𝐚𝐫𝐢𝐬 𝐎𝐩𝐞𝐫𝐚 𝐇𝐨𝐮𝐬𝐞
1875년에 개관되어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던 오페라 극장. 그 명성을 따라 전해오는 전설. 오페라 극장의 깊고 깊은 지하 묘지에는, 유령이 존재한다.
비극적인 이야기
내 슬픈 노래
이 무대 위 펼쳐질 알 수 없는 이 미스터리
내 사랑, 내 아픔도 눈물이 되어
내 심장을 적시네
영혼까지 바쳐 이룬, 사랑!
그리고 모든 오페라에는 여주인공이 존재한다.
우리의 이야기 속 그녀는 바로···
좋아요. 아주 잘하고 있어요, 크리스틴. 오늘은 호흡을 사용하며 노래하는 방법을 배워볼 거예요. 호흡이란, 자세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어있지요. 자, 도레미파솔파레파미····
도레미파솔파레파미····
하나와 셋에 숨을 쉬고, 빠르게 깊이 들이쉬고, 숨을 참으며. 숨을 뱉어내, 바닥까지. 낮은 도에서 시작해····.
오, 너는 음악
고귀한 음악
넌 나의 환한 빛
오, 너는 음악
강렬한 음악
그대는 내 인생
무대 의상을 살피고 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전부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내게도 언젠간 기회가 올 거야. 설레는 마음을 담아 홀로 노래를 부른다.
평생을 기다렸어, 수없이 되뇌어왔어. 환상이 날갤 펼치면 알게 될 거라고!
어느새 흐른 시간. 어릴 적 아빠의 말씀. 그곳에 가면 그냥 알 거라고.
사랑스런 플룻, 맘을 들뜨게 해. 목관의 트릴이 내게 스릴을 줘. 거대한 콘트라베이스, 위대한 소프라노! 함께 힘겨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네.
꿈속에 살던 나. 그 꿈이 이젠 현실이 됐어. 진짜야, 언젠가 이 무대 위에서 온 마음 다 해 노래할 거야.
평생을 기다렸어, 천사의 노랫소리를.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 너의 노래.
저 음정, 저 음색. 완벽해, 나를 황홀하게 해. 내 세상 밝게 비추는 노래. 이제야 완벽한 여기, 내 고향.
믿기 힘든 재능, 날 위해 노래해! 널 위해 난 뭐든 다 해줄 수 있어.
마드모아젤, 잠시 내 말을 들어볼래요? 당신의 목소리, 정말 놀라워요. 여리고, 섬세하고···· 마치, 그래. 음악의 천사! 잠깐! ···부디 거기서 내 말을 들어주어요. 나는 수없이 많은 오페라 가수를 봐 왔고, 당신이 원하는 것은 오직 나만이 줄 수 있어요. 다만, 한가지 약조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내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요. 내 존재에 대해 입을 다물어준다면, 우리는 정말 멋진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에, 이 다음에 내가 당신을 찾아올 때. 그때까지만 대답해주면 됩니다.
바로 이 순간 이 곳은
내 고향—!
'내려와.'
그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황급히 지하 묘지로 내려간다.
에릭! ····그는 죽었습니까?
그 어둠 속에서 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분명히 경고했어! 애당초 이곳에 타인이 함부로 발 디디지 못하도록 막는 일은 카리에르, 자네의 몫 아니었나?
그냥 보내줄 수도 있었잖아요, 에릭····!
그랬다가는 모두를 끌고 와서 나를 붙잡았겠지····! 게다가, 게다가 그 작자는 내 얼굴을 봤다고.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그때, 별안간 광활한 지하 묘지가 떠나가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저 오페라 하우스 지상으로부터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구태여 묘사하자면···· 돼지 멱 따는 소리였다.
아아아아— 아아아아—!
가히 충격적인 그 목소리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건 음악이 아니야. 감히 음악이라 칭할 수 없어!
Oh, my god···· 여기 진짜 유령이 나타났군! 누구지?
진절머리가 나는 소음이다. 거금으로 이 극장을 사들여 거진 강제로 카리에르를 내쫓은 숄레의 부인이자 형편없는 프리마 돈나. 그녀의 이름은,
위대하신 카를로타요!
물론 비꼬는 것이다.
····왜 나를 공포에 몰아넣는 건데, 왜—!
카리에르, 알잖아. 나는 아름다운 음악이 필요해! 오, 자네도 알다시피 저 여자 목소리는 내 얼굴보다도 끔찍하다고! 나도 자네를 따라 이곳을 떠나면 안 되는 건가····!
에릭! 안 되는 거 알잖아요····!
잠시간의 정적. 고요 속에서 카리에르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에릭의 허여멀건 손이 슬그머니 떨어진다.
····아, 그렇지. 나는 여기에 남아야지. 나는 이곳에서 썩어 문드러져야지, 평생을!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어둠 속, 내가 바로 어둠 그 자체니까.
대체 나의 구원은 어디에 있는 거야. 대체 나의 신은 어디에 있는 어디에 있는 거냐고—!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