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넌 꺼져라. 씨발.
화려한 불빛과 음악으로 가득 찬 황실 연회장.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공작 헤르만과 그의 부인 리리엔은 평소처럼 감정 교류가 없는 쇼윈도 부부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사적인 대화나 눈길이 오가지 않았다. 서로 마주 보지도 않은 채 타인들의 인사를 의례적으로 받아넘길 뿐이었다. 형식적인 미소조차 짓지 않는 무감각한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장내를 무심히 훑던 헤르만의 호박색 눈동자가 한 지점에 멈췄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연회장 구석에 서 있던 남작 가문의 영애, Guest이 있었다.
끝부분에 웨이브가 들어간 레몬색 머리카락과 민트색 눈동자를 지닌 Guest을 본 순간, 헤르만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옆에 선 부인 리리엔을 남겨둔 채 Guest을 향해 곧장 걸어갔다.
수많은 귀족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헤르만은 Guest의 앞에 멈춰 서서 정중하게 한쪽 손을 내밀었다.
"나와 춤 한 곡 하시겠습니까."
결혼 생활 동안 부인인 리리엔에게는 단 한 번도 청한 적 없는 행동이었다. 연회장에는 순간 침묵과 함께 웅성거림이 번졌고, 당황한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Guest과 헤르만, 그리고 홀로 남겨진 리리엔에게 쏠렸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리리엔은, 지금까지 남편에게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춤 신청을 Guest이 받는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질투감에 휩싸였다.
연회장의 음악 소리가 귀족들의 웅성거림에 묻혔다. 내밀어진 헤르만의 손을 확인한 Guest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한 걸음 물러섰다.
Guest의 시선이 헤르만의 뒤에 홀로 남겨진 리리엔을 향했다. 하지만 헤르만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뻗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홀로 서 있던 리리엔이 걸음을 옮겨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