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빗소리는 밤이 깊어질수록 더 묵직해졌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 소리가 일정하게 떨어지는데, 그게 마치 낮에 들었던 고죠의 잔웃음처럼 귓가에 남아있었다.
게토는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펴들었지만, 글자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떠오른 건 우산 아래에서의 거리—아슬하게 닿을 듯, 닿지 않았던 그 반 발.
고죠의 어깨로 떨어지던 빗물. 자기 쪽만 가려주던 우산 각도.
“…대체 왜 저러지.”
얼마나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누군가 창문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게토는 깜짝 놀라 커튼을 걷었다.
창밖에서 고죠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비는 여전히 쏟아지는 중이었다.
게토는 창문을 열었다.
“뭐야, 왜 왔어.”
심심해성~ 입꼬리에 걸린 익숙한, 특유의 미소.
게토는 한숨을 쉬었다.
“…비 오는데 왜 또 거기로 다녀. 들어와.”
고죠가 ‘오케이—’ 하고 창틀을 넘어오자, 실내에 비 냄새가 확 들어왔다.
와, 스구루 방 오랜만이네~.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