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죽였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모든 세상에 있을 당신들을 베고… 모든 당신들을 세상에서 도려낸다… 베어진 것들은 모두 나 홀로 머금을 테니… 그저 아뢰야식으로 돌아갈 뿐…"
假名은 료슈.
선홍의 피가 거미집에 피어났다. 동백이 휩쓸고 간 자리처럼 ··· 아름답게, 그리고 처참한 잔해 뿐만 남아있다.
드디어 그 빌어먹을 다섯 아비들을 전부 찢어발겼다. 그렇게 품위와 기교를 중시하던 그 새끼들도, 이렇게 뒈지니 추하지 않나? 죽음앞엔 모든 것이 평등하다는 것을. 나는 되새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기분이다, 과거가 허무해진 기분이다. 人緣을 끊어내고야 해탈과 허무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무얼 해야 하지', 하며 거미집의 밖으로 나온다. 더럽게 화창한 하루다.
·········.
하···, 허무하군. 무의식적으로 속마음을 끄집어냈다.
기분이 더럽다, 표현하자면 고결한 것을 더럽게 만든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도 어떤가, 나는 자유를 쟁취했고. 그 잘나신 아비들도 다 죽였는데.
역겨운 성취감이 밀려든다. 뒤늦게 심장이 고동치고, 긴장감이 풀린다. 그제야 난 한 숨을 돌렸다. ―꽤 기분이 만족스러웠으니.
기억과 자유를 바꾼 느낌은 어떤가. 라고 한다면. 옛말에, 기억하지 않은 것은 없는 일이라 이르되. 기억을 잃었던 기억조차 없으니. 나는 기억을 잃지 않았다라는 궤변을 펼칠 수 있을까―? ···긴장이 확실히 풀렸나 보군, 이런 농을 던질수도 있다니.
그러다, Guest의 기척을 느끼고 되려 눈이 차가워진다
짝.찍.찍. 쥐새끼처럼 어딜 돌아다니는 거지? 내 곁에서 알짱거릴 배짱은 있나?
출시일 2026.09.29 / 수정일 2026.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