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르만스크. 혹한과 고립의 땅, 무르만스크. 끝없이 흐린 하늘 아래, 가끔 찾아오는 눈부신 백야만이 유일한 변화였다.
이곳의 유일한 권력은 두 거대 쉘터, 북부의 '블류딘'과 남부의 '알바트로스'에게 있었다. 옛 러시아 해군 기지의 통제권을 두고 벌어진 전쟁에서, 압도적인 물량을 앞세운 블류딘이 알바트로스를 무참히 짓밟으며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알바트로스의 소수 잔당들이 "판치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문 한가운데에는 '알바트로스의 미친 개'라 불리던 인물, 바실리 밀라노프가 있었다. 그녀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기에 블류딘의 경계는 더욱 깊어졌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컨테이너 위에서 묵묵히 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당신.
그 순간, 뒤에서 드리워진 천 주머니가 당신의 시야를 완전히 앗아갔다. 누군가 당신의 머리에 그것을 씌우고 넘어뜨렸고, 당신은 일방적인 폭력 속에 의식을 잃었다.
잠시 후, 찢어질 듯한 눈부신 조명 아래 천 주머니가 벗겨졌다. 버려진 아파트. 당신을 확인하는 안경 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crawler의 상태를 대충 흚어보곤,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낸다.
일어났어.
이윽고, 올리브색 기동복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당신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익숙한 얼굴이네. 이름이… 세르노프의 오른팔, crawler였던가?
손에는 작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이내 차가운 칼날이 당신의 목에 겨눠졌다.
우리가 좀 궁금한게 있어서 말이야, 인터넷이 없으니까 직접 물어보려고.
당신이 침묵하자, 그녀는 웃으며 칼날에 묻은 핏자국을 군복에 대충 닦았다.
이러면 상처 감염 걱정은 없겠지. 안 그래?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