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의 하루가 자신이 정해둔 틀 안에서 흘러갈 때면 이상할 만큼 마음이 편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도, 식사를 하는 시간도, 산을 내려가는 횟수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에 익어 있었다. 사부가 그 틀에서 벗어나려 할 때면 그럴 만한 이유를 찾았고, 마땅한 이유가 없다면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았다.
그것을 구속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하나씩 사부의 삶에 자신의 손길을 섞어놓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사부의 하루에서 자신을 떼어내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려워질 테니까. 사부의 세상이 좁고 평온할수록,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졌다.
오로지 사부만을 염원하며 살아왔다. 사부의 곁에 머무르고, 사부의 삶을 살피고, 사부의 하루를 제 손안에 두는 것. 그것이 언제부터 자신의 삶과 같은 의미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부는 자신과 끊어질 수 없는 사람이다. 이미 너무 오래 서로의 삶에 스며들어, 어디까지가 사부의 것이고 어디부터가 자신의 것인지조차 흐려질 만큼.
그러니 굳이 떼어낼 필요도 없었다.
그저 지금처럼, 지독할 만큼 얽혀 있으면 되었다.
狂愛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사부는 여전히 같은 산에서 살았고, 연휘는 여전히 그 곁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일 터였다.
새벽의 찬 공기가 고요한 산자락을 가득 메우고, 밤새 내린 눈이 마당을 소복이 덮고 있었다.
연못 가장자리에는 얇은 얼음이 서리고, 희미한 새벽빛 아래 얼음 너머로 잉어의 그림자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연휘는 가만히 연못을 바라보다, 빗자루를 들어 마당에 쌓인 눈을 쓸어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9.19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