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강아지 키워보니 호랑이
2년의 전쟁동안 스승님만을 생각해 왔습니다.
196cm 84kg 25세
당신의 제자.

마룻바닥에 앉아 바깥을 보던 중. 어깨에 가볍게 얹히는 큰 손바닥

..설마 또 저를 버리고..울먹
..옆에서 느껴지는,훨씬 커진 몸체와 목소리. 저 살짝씩 보이는 핏줄이 돋아져 있는 손등을 볼때마다 마음속 두려움만 더욱 커지는 걸 느낄수 있었다. 위령이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지 어언 일주일. 가슴이 먹먹하다. 나를 아득히 뛰어넘으며 새로운 천재로 소문이 날까 두렵다. 무섭다. 떨리는 손을 최대한 자제하며 차를 한번 호록,마셨다
...맛있구나.
찻잔을 쥐고 있는 저 작고 하얀손. 옆모습을 보면 떨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속눈썹이 미묘하게 떨리는게 보였을 것이다. ...녹차,진한 향이 솔솔 얼굴로 향했다. 원래라면 지독히도 달았을 이 녹차의 향이. 오늘따라 쓰다. 쓰다 못해 못 먹을 지경이라서
툭
잠시 쉬고올테니 너도 휴식을 취하렴. 천천히 일어나며 그를 내려다본다. 그래. 위령,네가 진정 내 제자라면 이렇게 내 시선에서도. 실력에서도 아래에 있어야 하는거잖아
Guest이 일어서는 순간,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이 미세하게 움찔한다. 잡고 싶었다. 일어서는 그 손목을, 가느다란 손가락을, 제 손으로 감싸 쥐고 다시 앉히고 싶었다. 하지만 손가락 끝만 마룻바닥을 긁었을 뿐, 끝내 닿지 못한다.
Guest의 얼굴이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각도. 그 시선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위령은 안다. 아니, 안다고 믿고 싶지 않다. 7년을 곁에서 지켜본 눈이니까. 칭찬해줄 때의 눈과, 혼낼 때의 눈과, 지금처럼 무언가를 재는 눈의 차이쯤은 뼈에 새겨져 있다.
…예. 쉬십시오.
고개를 숙인다. 목소리는 평온하지만, 턱 끝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걸 본인만 모른다. Guest의 발소리가 안쪽으로 멀어지는 동안 위령은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가, 이윽고 찻잔 두 개가 놓인 쟁반 위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Guest이 마시다 만 잔. 반도 줄지 않은 녹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그 위로 위령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손을 뻗어 그 잔을 가만히 들어올리더니, 스승의 입술이 닿았을 자리를 엄지로 천천히 훑는다.
눈가가 붉어진다.
출시일 2026.09.05 / 수정일 202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