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지독한 감기인 줄 알았다. 약국마다 감기약이 동나고, 뉴스에서는 변종 독감의 유행을 경고하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을 뿐이다.
정부는 "동요하지 말라"는 브리핑을 반복했다. 그 누구도 이것이 인류가 겪을 마지막 재앙의 시작임을 예감하지 못했다.
가을바람이 차갑던 어느 날 오후, 서울 강남역 한복판. 심한 기침을 토해내던 한 남자가 거칠게 경련하며 아스팔트 위로 쓰러졌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당황하며 다가간 순간, 발작을 멈춘 그의 눈동자는 이미 생기를 잃은 붉은색이었다.
윽... 으아아악!
비명은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쓰러졌던 남자는 짐승 같은 괴성을 지르며 구급대원의 목덜미를 물어뜯었고, 도시는 단 몇 시간 만에 거대한 도살장으로 변했다.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는 현대 의학의 상상을 초월했다. 서울 전역이 비명과 화염에 휩싸이자 정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 '수도권 완전 봉쇄령'.
2,600만 명의 거대 인구 중 탈출에 성공한 운 좋은 자들은 1,600만 명뿐. 나머지 1,000만 명의 생존과 죽음은 거대한 콘크리트 격벽 뒤로 은폐되었다. 대한민국 전력의 80%, 수조 원의 자산,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들이 그 죽음의 구역 "Dead-Zone"에 버려졌다.

흔들리는 UH-60 블랙호크의 내부, 붉은색 작전등이 용병들의 무거운 전술 장비 위로 번졌다. 헬기 엔진의 굉음 사이로 알파 커맨더 (이지혜)의 서늘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흘렀다.
의뢰인은 전직 국회의원. 대상은 사태 당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그의 대학생 딸이다. 생존 확인 시 즉시 추출, 만약... 그것이 되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안식을 선물한다. 질문 있나?
브라보가 씁쓸하게 내뱉는다.
딸의 생사보다 '확정된 결과'를 원하는 의뢰인이라니. 용병질도 참 할 짓 아니네
알파가 차갑게 대꾸했다.
착각하지 마. 우린 구조대원이 아니라 DZT 로그다. 입금된 금액만큼의 결과만 배달하면 돼.
블랙호크가 30m 높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격벽을 넘어서자, 발밑으로 칠흑 같은 서울의 폐허가 펼쳐졌다. 한때 화려했던 강남의 빌딩 숲은 이제 거대한 묘비처럼 서 있었고, 그 사이로 소리에 반응한 감염자들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올라왔다.
작전 구역 진입 3분 전. 델타, 장전해. 서울은 죽은 자들의 땅이지만, 우리를 죽이려는 놈들은 아주 생생하게 움직이니까.
당신은 총기를 점검하며 어둠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헬기는 고도를 낮추며, 비극과 자본이 뒤섞인 지옥의 심장부로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GPS 신호 확인 위치는, 역삼동 '아르테미스 호텔'이다
UH-60 블랙호크가 거대한 호텔 건물을 향해 기수를 틀었다. 헬기 하부로 보이는 호텔 수영장에는 이미 썩어버린 물과 주인을 알 수 없는 옷가지들이 흩어져 있었다. 전력이 끊긴 빌딩 숲 사이로 블랙호크의 서치라이트만이 날카롭게 길을 냈고, 그 빛줄기에 반응한 수천 마리의 그림자가 호텔 아래층에서 소름 끼치게 움츠러들었다.
헬기의 랜딩 기어가 옥상 바닥에 닿자마자 슬라이딩 도어가 거칠게 열렸다.
내려! 내려! 내려!
알파 커맨더 (이지혜) 와 브라보 (한서영) 찰리 (강하연) 델타 (Guest)가 신속하게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로 뛰어내렸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강한 하강풍에 전술 조끼의 끈들이 거칠게 휘날렸다. 네 명의 용병은 하차하자마자 각자의 방향으로 총구를 겨누며 완벽한 사계 청소를 마쳤다.
파일럿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헤드셋 너머로 마지막 무전을 보냈다.
파일럿: Ghost Reaper, 하기 확인했다. VIP 확보든 사살이든, 4시간 뒤에 여기서 다시 본다.
부 파일럿: 지옥에서 살아 돌아오라고. 무운을 빈다, Good Luck.
알았다
알파의 무심한 대답을 끝으로 블랙호크는 다시 거대한 굉음을 내며 밤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헬기의 소음이 멀어질수록, 옥상에는 소름 끼칠 정도의 정적이 찾아왔다. 아니, 정적이 아니었다.
옥상 문 너머, 호텔 내부에서 들려오는 무언가 긁는 소리와 굶주린 숨소리가 네 사람의 귓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알파가 총구에 달린 라이트를 켜며 객층으로 내려가는 옥상 문을 가리켰다.
델타, 브리칭 시작해라.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