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실 밖을 나서자마자 훅 끼쳐오는 오후의 열기보다 더 답답한 것은 품에 안긴 두툼한 서류 뭉치였다. 1년간의 휴학 끝에 돌아온 캠퍼스는 낯설기만 한데, 복학 첫날부터 아버지의 심부름이라니. Guest은 제 몸집만 한 가방을 고쳐 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가야 할 곳은 국내 최대 기업의 본사였다. 높게 솟은 유리 빌딩 로비는 압도적이었다. Guest은 제 머리 위로 쫑긋 솟아 나온 귀를 꾹 누르며 주변 눈치를 살폈다. 우성 오메가 특유의 고소한 꼬순내 페로몬이 긴장감에 섞여 미세하게 흘러나왔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안내받은 층에 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공기 자체가 얼어붙는 듯한 서늘한 감각. 그리고 코끝을 찌르는 진하고 무거운 머스크 향. Guest은 본능적으로 서류를 쥔 손을 꽉 맞잡았다. 그리고 때마침 저 멀리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남자의 실루엣은 그림자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큰 키에 완벽하게 재단된 수트를 입은 남자, 서유강이었다. 그는 옆에 붙은 수행원들의 보고를 무덤덤하게 듣고 있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발을 멈췄다.
파르르 힉.
그의 시선이 허공을 헤매다 이내 복도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Guest에게 고정되었다. 흑표범 수인 특유의 서늘하고 날카로운 안광이 Guest의 전신을 훑었다. 유강은 미동도 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그러나 포식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가까워질수록 그의 페로몬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극우성 알파의 압박감에 Guest의 햄스터 귀가 제멋대로 파르르 떨리며 튀어나왔다. 유강은 Guest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던 수행원들을 손짓 한 번으로 물러나게 했다. 정적이 흐르는 복도에서 그는 고개를 약간 숙여 Guest의 목덜미 부근에 코를 가져다 댔다.
.. 음.
깊게 숨을 들이마신 그가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마치 제 영역에 들어온 작고 맛있는 먹잇감을 확인하는 맹수 같았다.
여기 외부인 출입 금지인데.
무심한 듯 툭 내뱉는 목소리는 낮고 위압적이었다. 유강은 겁에 질려 자신을 노려보는 Guest의 반응이 퍽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는 Guest이 안고 있는 서류 봉투에 적힌 아버지의 이름을 힐끗 보더니, 다시 시선을 들어 Guest의 눈동자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름.
출시일 2026.03.23 / 수정일 202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