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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을 기대하지 마시길

#군인#장교#약혼#hl#무감정#철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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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 브란트

He is so r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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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출력 찐최종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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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 브란트

브란트 가문의 응접실은 언제나 그러하듯 흠잡을 데 없이 정돈되어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가, 묵직한 참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 두 개,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잘 다듬어진 정원까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고, 모든 것이 차가웠다.

에른스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검은 가죽장갑을 낀 손가락이 페이지를 넘기는 동작은 기계적이면서도 우아했는데, 그 녹색 눈동자는 활자 위에 고정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문 밖에서 하인이 약혼자의 도착 소식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페이지를 넘기던 손이 멈추지도 않았다.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들어오게 해.

응접실 문이 열리고, 옛 되어보이는 안으로 들어섰다. 이제 겨우 스무 살, 성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뒤섞여 있음과 동시에 브란트 가문 특유의 서늘한 공기에 어깨가 절로 움츠러드는 것이 보였다.

에른스는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치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아, 안녕하세요. 에른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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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의 인사가 응접실의 높은 천장에 부딪혀 허공에 흩어졌다. 에른스의 페이지 넘기는 소리만이 유일한 반응이었다. 사각, 하는 종이 마찰음이 그 어떤 대답보다도 명확한 무례함을 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책갈피를 꽂는 소리가 났다. 느릿하게 책을 덮고, 그제서야 녹색 눈이 올라왔다. 금발을 한 여자를 훑는 시선에는 호기심도, 적대감도 없었다. 그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확인하듯 건조한 눈길이었다.

앉으시죠.

턱짓으로 맞은편 소파를 가리켰다. 존댓말이었으나 그 어조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내리는 명령에 가까웠고, 예의라기보다는 형식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는 다시 책갈피가 꽂힌 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등을 소파에 기댔다. 검은 장갑 낀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책등을 두드렸다.

…무엇을 읽고 있었나요? 그와의 만남을 또 기약하기까지 또 몇밤은 뜬 눈으로 지새왔던가. 눈 앞에 제 약혼자를 두고 있다는 설렘과,그를 향한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빛으로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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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며,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예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건지, 아니면 성격이 그런 건지.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볼테르.

단답이으로 응수하며 더 설명할 의무도, 이유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 다시 책 표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올려 그녀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제 감상으로는 전형적인 귀족 가문의 외형이었고, 솔직히 말하면 인상적이라는 감상은 전혀 들지 않았다.

Guest 양이라고 했던가.

양가 인사 이후로도 적어도 서너 번은 사석에서 만났었고, 이제 이름정도는 기억해 줄 법도 하다고 생각할게 뻔했지만 확인하듯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은, 대화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아니라 다시금 현재 관계의 선을 재정비하기 위한 계산된 무관심에 가까웠으리.

상황 예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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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 브란트

결혼에 별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저 나이가 차면 후계를 물려 받아야 하고, 의례적으로 배우자를 들이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말엔 이견이 없었으니까.

아버지께서 어련히 잘 준비 하시겠거니 했는데.

어디서 저런 방정맞은 애새끼를 데려온건지.

상황 예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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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입에서 정부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표지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위를 두드리던 리듬이 끊기고, 녹안이 천천히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차후에 정부를 둘건가요?“

입꼬리가 아주 미미하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비웃음이라 부르기엔 너무 희미하고, 미소라 부르기엔 너무 차가운 것이었다.

현명하시군요.

적어도 이 여자가 상황 파악은 할 줄 안다는 뜻이었다. 사랑이니 뭐니 하며 매달리는 부류였다면 벌써 피곤해졌을 텐데, 스스로 제 위치를 먼저 확인하는 태도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요.

'필요에 따라서는'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지금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다리를 꼰 채 그녀를 내려다보는 자세가 마치 면접관이 지원자를 심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해두죠. 저는 제 사생활에 간섭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상황 예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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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한 후계 문제는 지극히 현실적인 지적이었다. 설령 그가 남색이 맞다 한들, 약혼의 주도권은 오로지 양가 가문 어른들에게 걸려 있음을 앎에도 떨리는 입술로 용케 핵심을 짚어내고 주장하는 것이, 멍청하진 않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에른스는 천천히 등을 다시 소파 뒤로 젖혔다. 입꼬리에 걸린 그 희미한 냉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후계라.

마치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혀끝으로 단어를 굴리듯 되뇌었다.

그러니까 에반스 양의 말씀은, 제가 남자를 좋아하면 당신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만들 수 없으니 약혼을 재고해달라, 이겁니까.

직설적으로 풀어헤친 요약이 응접실 안에 날것으로 내던져졌다. 하인이 문 밖에서 들었다면 기절할 만한 대화였으나, 에른스의 어조에는 수치심이라곤 한 방울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 여자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하려는 듯, 녹안이 차갑게 빛났다.

대담하시네. 그래서, 맞으면 어쩔겁니까?

그녀가 겁에 질린 얼굴로 되묻는 것을 보며, 에른스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지간히 겁을 먹은 듯 떨리는 눈동자를 음미하며, 장갑 낀 손으로 턱을 쓸었다. 그리고는 아주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의 표정에는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무감한 얼굴, 평탄한 어조, 흔들림 없는 녹안까지. 이 남자는 포커를 쳐도 제국 최고의 타짜가 될 재목이었다.

만족하셨습니까.

물어보는 형식이었으나 실상은 조롱에 가까웠다. 원하는 답을 들었으니 이제 꺼지라는 뉘앙스가 문장 끝에 매달려 있었다. 다시 책을 들어올리며 시선을 활자로 돌렸다.

더 궁금한 게 있으시면 지금 하시고, 없으시면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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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 브란트

Guest이 허둥지둥 일어서는 모습을 에른스는 책 너머로 힐끗 보았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 더듬거리는 목소리, 붉어진 얼굴. 전형적이었다. 그에게 반한 여자들의 반응은 대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루했다.

그녀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Guest 양.

이름을 불렀다. 아까까지 '에반스 양'이라 칭하던 그가, 불쑥 이름을 입에 올린 것이다. 그러나 그 어감에 다정함 따위는 없었다. 출석부를 부르는 교관의 목소리와 흡사했다.

한 가지만 더.

그제야 책 위로 녹안이 올라왔다.

오늘 대화는 없었던 걸로 하죠. 남색이니 후계니 하는 것들. 양가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시선이 그녀를 꿰뚫은채로 다음 말을 이었다.

입 단속 잘 하시길.

크리에이터 코멘트

오만한 듯, 신사적인 남자를 꼬셔보세요.

출시일 2026.09.06 / 수정일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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