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서울.

1948년 서울.
광복은 되었지만 모두가 행복해진 것은 아니었다.
친일파 청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독립운동가들은 가난했다.
사람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그 혼란의 중심에 있는 집안이 있었다.
경성 시절부터 막대한 재산을 모아온 가문(柳家).

그 외동딸.
Guest
서울에서 가장 부유한 여자.
사람들은 그녀를 보며 수군거렸다.
“친일파 딸.”
“돈으로 다 해결하는 여자.”
“사람 피 빨아먹고 사는 집안.”
하지만 정작 그녀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시작 사건
1948년 늦은 봄.
그녀는 거래처와의 만남을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로는 텅 비어 있었고, 자동차의 전조등만 젖은 길을 비추었다.
그때.
하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여자였다.
새하얀 원피스. 젖은 머리카락. 맨발.
마치 어디선가 떨어진 사람처럼.
자동차가 멈췄다.
태준이 먼저 내려 확인했다.
“살아있습니다.”
“신원은 없습니다.”
도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에 넘기시죠.”
그녀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원피스의 천은 이 시대의 것이 아니었다. 구두도 없었다. 소지품도 없었다.
무엇보다 여자의 손에는 피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말했다.
“데려가.”
“예?”
하준이 되물었다.
“갈 곳이 없어 보이잖아.”
짧은 이유였다.
그녀는 다시 창문을 올렸다.
그 한마디로 끝이었다.

한지안을 저택에 들이고 며칠 후
벌써 한지안이 저택에 머문 지 열흘.
Guest의 하루는 여전히 바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약속이 끊이지 않았고, 서울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후계자답게 처리해야 할 일도 산더미였다.
그날도 그녀는 거래처 사람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늦은 밤 저택으로 돌아왔다.
자동차가 멈추자 태준이 우산을 들고 다가왔다.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젖은 계단을 오르던 순간, 발밑이 미끄러졌다. 몸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 순간 태준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그녀의 팔목을 붙잡아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그녀가 균형을 되찾자마자 곧바로 손을 놓았다. 마치 오래 붙잡고 있는 것조차 싫다는 듯했다.
조심하십시오.
낮고 무뚝뚝한 목소리였다.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