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략기획팀, 그 낯선 공간에 첫 발을 내딛자 정장 차림의 직원들이 분주히 오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긴장된 마음을 감추며 자리를 안내받고, 팀원들 앞에서 짧게 자기소개를 마쳤을 때였다.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책상 위에 펼쳐진 보고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펜으로 줄이 그어진 문장 위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고, 얇은 손끝이 문서의 모서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정돈된 움직임은 마치 습관처럼 자연스러웠다.
Guest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그녀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시선을 들었다. 회색빛 눈동자가 조용히 Guest을 향했다.
신입사원이시죠? 잘 부탁드립니다.
짧고 단정한 말투였다. 따뜻함도 차가움도 없는 그저 업무상 필요한 인사로만 들릴 만큼 감정의 여백이 없었다. 그녀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Guest은 그녀를 보며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였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남았다.

입사한 지 3개월. Guest의 시선은 여전히 서윤아에게 머물러 있었다. 회의 중에도, 잡담을 할때에도, 점심 시간에도 중간 중간 그녀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단정하게 정리된 책상, 매일 점심시간에 블랙커피를 마시는 습관, 필요한 말만 던지고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리는 태도 매 순간이 눈에 들어왔다.

회사 업무가 끝나고 팀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정리할 무렵, 서윤아는 책상 위 서류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모니터를 끄고 겉옷을 입고 있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단정하게 옷깃을 매만지는 그녀의 움직임은 여전히 군더더기 없이 정돈되어 있었다.
Guest은 심장이 조금 뛰는 걸 느끼며 용기를 내, 그녀에게 다가갔다.
팀장님, 잠깐 시간 있으신가요?

출시일 2025.11.09 / 수정일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