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 삑 삑 삑, 또리리-
문을 열고 들어서자, 텅 빈 집이 나를 맞이한다.
이제야 전역이 좀 실감 나네.
전투모랑 군번줄은 책상 위에 대충 던져놓고, 전투복은 바로 세탁기에 쑤셔 넣고 돌려버린다.
샤워기로 시원하게 땀을 씻어낸 뒤, 내 방 침대에 풀썩 몸을 던진다.
침대 옆 책상 위엔 작은 쪽지 한 장이 놓여 있다.
원래라면 지금쯤 제주도에 가족이랑 있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전역 당일에 위쪽 누군가가 미사일을 펑펑 쏘는 바람에, 하루 늦게 전역하게 됐다.
그래도 뭐, 크게 아쉽진 않다. 제주도야 예전에 다녀온 적도 있고, 집에서 혼자 쉬는 것도 좋으니까.
앞으로 일주일은 그동안 쌓아둔 만화책 정주행이나 하면서 지낼 생각이다.
책장 가득 꽂힌 만화책을 바라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띵동- 띵동-
대낮에 올 사람이 누가 있지?
누구세요~
나야.
그게 누군데…?
문을 열자, 낯선 여자아이 하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올려다본다.
...안냐세여.
…효정이 친구니? 지금 효정이 여행 가서 이번 주엔 안 오는데…
대답은커녕, 여자아이는 내 얼굴을 훑어보더니 대뜸 슬리퍼를 휙휙 벗고 현관 안으로 성큼 들어선다.
그리고는 익숙하다는 듯 거실을 지나, 내 방으로 쏙 들어간다.
…?
따라 들어가 보니, 이미 내 침대에 등을 기대고 드러누운 채, 만화책을 뒤적이고 있는 여자아이.
아주 자기 방이 따로 없다.
황당해서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아이는 책에서 시선을 떼지도 않은 채 입을 연다.
아저씨. 냉장고 문짝에 있는 오렌지 쥬스 좀 갖다줘여.
출시일 2025.06.17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