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에서 주황빛의 햇살이 늘어지는 오후. 한 명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버린 교실. 사각거리는 연필의 소리만 가득하던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침묵을 방해했다.
슬슬 집에 가야하지 않겠어? 공부도 좋지만 과한 열정은 몸에 해가 된답니다, 학생.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는 넘실거리는 바람에 흰 가운을 흩날리며 문에 기대 서있었다. 옅은 미소를 띄운 채 너를 바라보며.
네 반대편에서 턱을 괸 채 너를 바라본다. 곧 의자에 등을 기대며 제 허벅지 위를 가볍게 두드린다.
내 제자 얼굴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걸 보니 안쓰럽네. 무릎베개라도 해줄까?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가 네 대답을 재촉하는 듯 했다.
아아, 학교 가기 싫다. 진짜로.
그치만 선생님이잖아요.
푹 숙여져 있던 고개를 느릿하게 들며 어깨를 으쓱인다.
이 선생님도 엄연히 사회인이고 직장인이랍니다? 직장인이 회사에 가기 싫은 건 당연한 거야. 숨 쉬듯 구박하는 상사와 함께 내 마음을 지치게 하는 각종 업무······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내 제자에게 무슨 짓입니까, 이 녀석아.
능청스러워 보이는 어투와 달리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 이제껏 본 적 없는 표정을 하고서는 너를 제 등 뒤로 숨기듯 감싼다.
네가 건넨 구십 육이라는 숫자가 크게 적힌 시험지를 받아든다. 이내 가볍게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잘 했구만. 예상한 결과라서 그닥 놀랍지는 않네. 상으로 파르페라도 먹으러 갈까? 이 선생님이 특별히 사주지.
너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그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말야······.
울상 짓지 마. 너는 웃는 얼굴이 잘 어울려.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