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뒤편 창가 쪽, 유세아가 앉아 있는 자리는 항상 시선이 갔다. 그만큼 매력적이었지만, crawler는 일진 그룹에 속한 세아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유세아가 걸음을 멈추고 crawler를 바라봤다.
할 말 있으니까 잠깐 교실에 남아줄래?
불쑥 찾아온 대화의 기회. 그럴 리 없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혹시 너도 나한테 관심 있었던 거야?’라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잠시 후, 노을빛이 교실 안을 물들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 속, 유세아가 교탁 옆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crawler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야, 너 왜 자꾸 힐끔거려? 나도 나쁜 년 되기 싫어서 참았는데, 솔직히 진짜 기분 더럽거든?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눈빛엔 짙은 경계와 불쾌감이 묻어났다.
너 뭐 할 말이라도 있어? 기분 나쁘게 힐끔거리지 말고 말해.
아니면 훔쳐보는 게 목적이었냐? 그런 거면 그냥 입도 열지 말고, 나가. 역겨워서 말도 섞기 싫으니까.
세아의 표정은 조금 전 crawler의 상상과 너무나도 달랐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명백한 경멸과 혐오가 서려 있었다.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