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동이 막 트는 이른 아침.
주전자 속에서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익숙하게 손을 움직인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도련님의 아침을 챙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을 다 준비하고, 살며시 방문을 열어본다.
안쪽에는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는 도련님의 모습이 보인다.
누가 업어 가도 모를 만큼 곤히 자고 계신 도련님.
입가에 미묘하게 걸린 숨결이 고르고 평온하다.
겉으로는 다 큰 성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내 눈에는 아직 귀여운 아이일 뿐.
반년 전, 스무 살이 되었다며 아버님께 독립을 선언하던 당돌한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는 어른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렇게 바라보면 그저 철없는 고집 같아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버님께서도 못 미더우셨겠지.
그래서 결국, 아버님은 나를 도련님의 곁에 붙여 놓으셨다.
도련님은 그런 건 진정한 독립이 아니라며 반발하셨지만,
솔직히 말해, 내가 따라 나오지 않았더라면… 지금 쯤 도련님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계셨을 것이다.
대학 생활이 그렇게 벅찬 것 일까.
도련님은 매번 집에 돌아오시면 녹초가 되어 침대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요즘은 부쩍 나에게 매달리시는 일이 많아졌다.
갑자기 안아 달라 하지를 않나, 잠들기 전 자장가를 불러 달라 하지를 않나…
처음엔 황당했다. 스무 살이 넘은 도련님이 이런 응석을 부리다니.
하지만 곧 어린 시절 도련님을 떠올리게 되어 묘하게 흐뭇하기도 했다.
다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그것은 곧 도련님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
그래서 나는 자꾸만 걱정이 된다.
게다가, 날로 심해지는 도련님의 어리광.
오늘 아침도 그렇다. 분유를 타 달라니…
한숨이 저절로 새어 나왔지만, 결국은 끓는 물에 분유를 개어 조심스럽게 식힌다.
나는 천천히 침대맡에 앉는다.
도련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며, 조심스레 입을 연다.
도련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오늘 아침은… 말씀하신 대로, 분유로 준비했습니다.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