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나 갈 무렵이었다.
그는 운동장 뒤편 계단에 앉아 멍하니 캔 음료를 굴리고 있었다. 교실로 돌아가기엔 귀찮았고, 그렇다고 딱히 갈 곳도 없었다.
멀리서 종소리가 울렸다.
학생들이 하나둘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는 한참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그는 학교에서 평판이 좋은 학생은 아니었다. 사고가 터지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 쪽도 늘 그였다.
특히 담임인 Guest이 그랬다. 무슨 일만 생기면 가장 먼저 그의 이름을 불렀고,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댔다. 학교에서 가장 비호감인 사람을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담임인 Guest을 선택했을 것이다.
한숨을 내쉰 채 복도를 걷던 그는 모퉁이를 도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익숙한 얼굴이다. Guest과 눈이 마주친다.
아.
오늘도 조용히 지나가기는 글렀다.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