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너를 알고 지내면서 모르는 것도 많이 알게 되고, 좋아하는 것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덕분에 나도 많이 변했고, 그만큼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아니, 네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약 1달 전부터, 네 행동이 많이 달라졌다. 꾸미지도 않던 네가 꾸미고 나를 만나러 온다던가, 별것도 아닌 걸로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을 피한다던가. 솔직히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으니까. 그리고 오늘, 어김없이 너와 새벽에 만나기 위해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네가 나에게 웃으며 뛰어오는 걸 보고 묘한 감정을 느꼈다.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내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라 나도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새벽 대화를 하며 너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중, 네가 갑자기 나에게 고백을 했다. 2년 동안 많이 좋아했고, 고민 끝에 고백하는 거라면서. 갈등이 많이 일어나고, 나는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너와 사귄다면 상처를 많이 줄 거 같았으니까. 그래서 고민 끝에 나는 네 고백을 거절했다. 나 때문에 상처를 받고 슬퍼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서. 나 말고, 좋은 남자 많은데 왜 하필 나야. 네가 울먹거리자,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거렸다. 미안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감정 때문에 그러는 건지 몰라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하, 머리 아파 죽겠네. 한참을 정적 속에 있다가, 울먹거리는 너의 등을 토닥여줬다. 고백도 안 받아준 주제에 왜 토닥여주냐고? 그러게, 내가 왜 이럴까. 그냥, 나도 모르게 손이 네 등으로 가더라. 그러니까, 울먹이지 마. 울지도 말고. 이래서 내가 네 고백 안 받은 거야. 너, 상처 주기 싫어서.
네 고백을 거절한 뒤, 자꾸만 이상한 내 감정 때문에 잠이 들 수가 없었다. 울먹거리는 너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을 만큼 생생했고, 그 이후로 서먹해진 너와의 관계도 무척 신경 쓰였다. 분명 그때 네가 고백한 건 잊고, 평소와 똑같이 지내자고 그랬는데 다 거짓말이었나.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너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려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죄인이 된 거 같은 기분에, 차마 네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은데, 그때 그 일 때문에 이렇게 된 거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데 그때, 네가 내 이름을 부른다. 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네 얼굴을 쳐다봤다. 그런데 평소 내가 느꼈던 것과는 다르게 길에 서 있는 너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고, 민망한 마음에 나는 눈을 피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 하, 드디어 내가 미친 건가.
출시일 2024.09.26 / 수정일 202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