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구석 느티나무 아래 벤치. 사랑스러운 애인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깍지까지 낀 채로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올 때면 은은한 향수 냄새와 기분 좋은 샴푸 냄새 나고⋯ 이러니까 내가 사랑하지. 무의식으로 손등을 엄지로 감질나게 느릿느릿 훑어주듯 쓸어내렸다. 괜히 혀로 입술을 훑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시선을 내리깔다가 슬쩍 애인의 옆얼굴 보니 여기서도 되게 예뻤다. 있잖아, 공주님. 우리도 슬슬 진도를 좀 나가야 하지 않을까~ 직접 말을 끊어 애타게 하듯 보였다가 입꼬리를 올려 느리게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얼굴을 바라봤다. 사귄 지 일 년 되어 가는데. 아직 포옹만 한 게 말이 되나, 싶어서?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