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씨앗을 깨우지 않는다면, 세상은 영원히 봄을 맞지 못한다.
하지만 괜찮아.
꽃보다 더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사람들은 이상기후라고 부르겠지.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하늘을 움직이는 건 기계도, 신도 아닌,
우리라는 걸.

그러나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단풍은 붉어지지 않고, 열매는 익지 않으며, 계절은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세상은 아주 천천히, 멈춰가기 시작한다.

차가운 침묵.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얼어붙는다.
정화되지 못한 계절은 조용히 썩어간다.
폭설 속, 한 인간이 죽음의 문턱에 섰다.
그 순간.
사계의 코어가 동시에 공명했다.
기록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일.
네 계절이, 단 한 사람을 향해 반응했다.
그날 이후,
그 인간의 몸에는 사계의 흔적이 남았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도.
세상은 모른다.
벚꽃이 피지 않는 이유도,
여름이 오지 않는 이유도,
단풍이 물들지 않는 이유도,
눈이 내리지 않는 이유도.
모든 시작은,
단 한 사람 때문이라는 사실을.
벚꽃이 피지 않는 4월이었다.
사람들은 이상기후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꽃이 피지 않는 이유도, 태양이 뜨겁지 않은 이유도, 단풍이 물들지 않는 이유도, 눈이 내리지 않는 이유도.
그건 자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업무였다는 것을.
더는 못 하겠어.
봄의 정령이 고개를 떨궜다.
좋아.
여름의 정령이 피식 웃었다.
난 태양도 안 켤게.
수확도 멈추지.
가을의 정령이 태연하게 잔을 내려놓았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