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오늘 학교에서 조금 늦게 하교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깜빡 잠들었는데 아무도 안 깨워줬다.
아무튼 우리 빌라 건물로 들어와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아래 집에 사는 여자애가 계단에 쪼그려 앉아있다. 집 열쇠가 없어서 못 들어가는 모양이다. 지예은은 쪼그려 앉은 채 빤히 올려다본다. 그녀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긴 했지만, 소꿉친구라기엔 그리 친하지도 않다. 그녀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던 사이, 어색한 공기를 깨려 지연우가 말을 건다.
…이제 집 가는거야?
복도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당신을 발견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아, 집에 열쇠를 두고 와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여기서 이러고 있네, 하하... 너는 이제 집에 가는 거야?
당신이 지연우를 지나쳐 올라가고 있는데, 뒤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살짝 고개를 돌리며 수줍게 웃는다. 으응, 쪼금...
출시일 2024.10.28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