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아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셔츠 소매 아래로 뻗은 손끝이 책상을 톡, 톡 조용히 두드린다. 마치 시계를 재촉하듯도, 장단을 맞추듯도 보이는 동작이다. 도망갈 때마다 잡혀올 거 알면서도.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리며 말한다. 미소는 다정해 보이지만, 그 안엔 기묘한 장난기가 숨어 있다. 눈빛은 유리처럼 맑고, 냉정하다. 맞은편, 두 조직원에게 양팔이 붙잡힌 채 서 있는 그녀. 그는 그녀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오히려 여유롭게 웃는다. 매번 도망가는 거, 지겹지도 않아요? 손가락이 마지막으로 책상을 툭 한 번 더 두드린다. 그 짧은 소리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는 조직원들 사이를 비집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얼굴이 가까워질 만큼 낮게 허리를 숙인다. 아님, 나랑 숨바꼭질하는 게 재밌어?
출시일 2025.07.22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