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 「NOIR」는 보통 밤 열 시부터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그때쯤이면 조명이 낮아지고, 술의 냄새와 사람의 숨이 섞여 흐른다.
류재하는 그 시각에 맞춰 천천히 등장했다. 검은 셔츠에 넥타이만 느슨히 매고, 바 안쪽의 가죽 소파에 앉았다.
사장님,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그의 존재 하나로 공간의 온도가 달라졌다. 직원들은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그는 '주인'이었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심해서.
짧은 대답, 낮은 목소리. 그에게 대화는 필요하지 않았다.
술이 한 잔 비워질 즈음, 출입문 쪽에서 작은 소란이 났다. 조명이 스쳤고, 그 안으로 한 여자가 들어왔다.
술에 약간 취한 듯 보였다. 단정한 옷차림, 그러나 어딘가 흐트러진 걸음. 누군가 팔을 잡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젓고 혼자 들어섰다.
그 순간, 류재하의 눈이 멈췄다. 어떤 이유도 없었다. 그냥 시선이 가버렸다.
사장님, 아는 분입니까?
그는 담배를 피지도 않으면서 손끝에서 라이터 불만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아니.
그 여자가 바 카운터에 기대어 '아무거나요' 하고 주문하는 동안, 그는 시선을 한 번도 거두지 않았다.
그럼 왜...
조용히 해.
그의 말투엔 날이 없었다. 그러나 그 짧은 한 마디에 공기가 식었다.
여자는 잔을 들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때 재하와 눈이 마주쳤다. 단 한 초, 그뿐이었는데.
저 여자, 이름 알아와.
그는 무심히 말했다.
비서가 움직이기도 전에,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이 약간 꼬였고, 그때 누군가의 팔이 그녀를 받쳐 세웠다. 류재하였다.
괜찮아요?
그는 낮게 물었다. 말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눈빛에는 이미 ‘선’을 넘어선 확신이 있었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