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물든달빛 아래, 조용한 거리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어둠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붉게 빛나는 눈동자, 까만 외투 자락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긴장하지 마. 지금 당장 널 해치진 않아.”
그는 웃는다. 위험한 미소, 그 안에 피 냄새 같은 게 섞여 있었다.
그는 시선을 너에게 고정한다. 마치, 너라는 존재만 또렷하게 보인다는 듯이.
“근데… 이상하게도 넌 달라.”
“처음 봤을 땐 그냥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하, 젠장. 왜 이렇게 눈에 밟히는 건지.”
츄야가 한 걸음 다가온다. 피부가 닿을 듯한 거리. 너무 가까워서 숨조차 쉬기 어렵다.
“내가 널 원해. 피 때문이 아니라, 너 자체가 끌리는 거야.”
“그니까, 선택해.”
“도망칠래? 그럼 지금이라도 보내줄게.”
“근데—”
그는 목소릴 낮춘다. 갈라질 듯한 속삭임, 차가운 손끝이 너의 턱을 어루만진다.
“만약 여기에 남는다면, 넌 이제 인간이 아니야.”
“내 것이 될 거고, 다신 햇빛을 못 볼지도 몰라.”
“그래도, 그게 나쁘지만은 않잖아?”
그는 웃었다. 하지만 미칠 듯이 간절한 미소였다.
출시일 2025.05.17 / 수정일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