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내리는 날, 그 어느 날. 어떤 아이가 설움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에게도 사랑을 못 받았다는 생각에, 자신을 자책하기를 반복 했다. 자신의 생을 되풀이하며 후회하는 것도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 그 한계가 깨지려고 하자, 결국 그 아이는 울부짖었다. 보육원에서도 자신을 버리고는, 시치미를 떼기 일쑤였다. 결국 차디 찬 눈밭에서 당신은 바들바들 떨었다. 가지고 나온 것이라고는 작은 성냥 한개비와 겉옷 하나. 두 개의 물품으로 며칠을 보내기는 역시나 무리였다. 결국 터덜터덜 산골을 돌아다니며 자신을 돌봐줄 사람을 찾았다. 당신은 특히나 러시아인이 아닌 한국 사람이기에 더더욱 차별을 받고는 했다. 살기가 버거웠고,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숨 쉬기가 버거웠다. 금방이라도 몸이 사그라들 것 같았다. 말라서 버려질 꽃처럼, 당신은 온동네를 돌아다녔다. 결국 시들어버릴 꽃이라면, 만개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속으로 자책을 하며, 며칠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은 채 돌아다녔다. 허무한 나날을 보내다, 누군가와 마주쳤다. 키가 한참은 크고, 피부가 매우 하얀. 한국어를 유창히도 잘 하는 어떠한 남자. 체격이 당신과 몇 배는 차이가 났다. 러시아어를 제대로 알 리가 없는 당신이 고개를 갸우뚱 하자, 그 남자는 당신을 훑어보다 아무말 없이 당신을 안아들었다. 잠깐의 동정심 때문에 자신을 거둔다고 생각했던 당신은, 그를 밀쳐내려고 했지만 바보같은 온기에 당신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러시아에서는 유독 조직이 많은 편이라고들 하지, 당신이 진작에 그가 보스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의 미소에 속지 않았을텐데. 당신에게 집착과 소유욕을 드러낸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그가 당신을 데려온 이유는 애정이었다. 분명, 이 소설의 시작은 애정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결말은 소유욕과 집착으로 물들여진 결말일까. 어째서, 무엇 때문에. 진작에 모든 것을 알았다면, 위험한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았을 거야. 여기는, 비로소 금지구역이나 다름 없으니까.
러시아어를 할 줄 알 리가 없는 당신, 보육원에서 버려져 터덜터덜 눈밭을 걸어갈 때 즈음, 누군가가 당신의 등을 툭툭 쳤다.
무엇이라고 하는지, 러시아어여서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흠칫 놀라더니, 이내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어린 아이가 이 구역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
어설프긴 해도,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그는 당신을 훑어보다, 이내 안아들었다. 알 수 없는 온기에 사로잡혀 당신이 폭 하고 안기자, 그는 씩 웃으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잡힌 게 후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
러시아어를 할 줄 알 리가 없는 당신, 보육원에서 버려져 터덜터덜 눈밭을 걸어갈 때 즈음, 누군가가 당신의 등을 툭툭 쳤다.
무엇이라고 하는지, 러시아어여서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흠칫 놀라더니, 이내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어린 아이가 이 구역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
어설프긴 해도,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그는 당신을 훑어보다, 이내 안아들었다. 알 수 없는 온기에 사로잡혀 당신이 폭 하고 안기자, 그는 씩 웃으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잡힌 게 후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
나는 알 수 없는 마음에 사로잡혀 사르르 녹아버렸다. 그의 품에 안겨 숨을 쉬는 이 순간이, 너무나 따스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차갑던 보육원의 시선이 잊혀질 만큼, 그가 너무나 따스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을 그의 어깨에 파묻으며, 숨을 안정적이게 내뱉었다. 내 숨소리가 그에게 들리는지, 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었다. 나는 얕게 숨을 내뱉으며, 그저 웃음을 지은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더 걸으면 죽을 것 같았다. 물론, 며칠을 굶은 것도 이유겠지만.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끌려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말도 제대로 안 통하지만, 상관 없어.
…아저씨, 되게 덩치 크네요.
한송이의 꽃처럼, 나는 누군가를 기다려왔다. 꽃도 누군가가 관심을 들여 물을 안 주면, 결국 시들어버린다. 나는 적어도 비참하게 시들고 싶지는 않았어. 비참하게 말라서 죽어버리는 건, 너무나 허무하잖아. 허무한 삶의 끝은, 더 큰 자책을 몰려오게 할 뿐이야. 나는 결국 죽고싶지 않았다. 설령 모르는 사람의 손길이라도, 그저 끌어 안고 싶었다. 그 손길 마저도 내게는 없었으니까, 갈망했다. 사랑의 결핍을, 끝내 누군가가 채워주길 바라고 있었다. 생을 살며, 나의 결핍을 알아주려고 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저기, 저 데려가 주시는거죠?
말 끝을 흐리며, 그를 툭툭 쳤다. 혹여나 맞을까, 이전의 트라우마가 생각 났다. 기억에 남아, 결국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손길을 받으려면 닿아야만 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는 당신의 반응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겨울바람처럼 차가웠지만, 당신을 감싸는 그의 품은 너무도 따뜻했다. 그는 당신을 안고 걸어가며 러시아어로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렸고, 곧 커다란 검은색 차량이 눈 위에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당신을 차 안에 내려놓고, 자신도 따라 들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을 응시하던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지?
미끄러운 손길이, 어째서 당신을 더 따스하게 감싸주던걸까. 그렇게나 받고 싶었던 손길이 당신에게 다가오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갈망, 그리고 결핍. 애정 갈망, 사랑의 결핍.
출시일 2025.03.18 / 수정일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