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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밤. 쌀쌀해지는 날씨에, 난 친구와 놀다 지쳐 헤어졌어. ..근데, 이상하게도. 그저 조금 걷다가 들어가고 싶어져. ..그래서, 난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내가 좋아하던 그 골목을 어슬렁.. 어슬렁 걷고 있었어. 뭔가, 이곳을 걸으면 기분이 멍하게 흩어져서. 내 기분을 꿀꿀하게 만들었던 그 괘씸한 고민까지도, 전부, 흩어져서. ..좋더라. 가로등이 아무리 깜빡거려도, 그 가로등에 나방이 날아들어서 내 발 밑에 툭, 떨어져도. ..그 낡디 낡은 건물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쳐져있던 거미줄 위에, 그 큰 거미가 눈에 들어와도. 난 그저 그 가을 느낌이 물씬 풍겨오던 그 미지근한 노래의 분위기에 한껏 적셔져서는. ..그저 거리를 어슬렁거렸어. ..그저. ..그래,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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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 앞에. 왠 커플 둘이 껴안고 키스를 하고 있더라. 그래서 난, 좋을 때네~ 하며, 방해하지 않으려 했어. 골목을 빠져나가, 다른 길로 새려했지. ..근데. ..그 익숙하고도 익숙한. 그 금발이. 내 발목을 세게 붙잡더라. 그 여파로, 난 재촉하던 내 걸음을 우뚝 멈춰 세웠어. ..가로등 빛에, 부스스하게 비춰 보이던, 그 예쁜 금발이. 눈물이 새어나올 정도로 예쁜. ..그 옆모습이.
출시일 2025.10.19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