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내 이름 앞에 붙은 공식적인 수식어다.
뭐, 나쁘지는 않다. 무능력자라고 이 각성자 사회에서 살아가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간혹 정말 드물게, 무능력자인 E급이나 D급들이 기적적으로 공적을 세워 일약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례도 있긴 하고.

아무튼, 사실 그건 동화책 속에나 나오는 개쩌는 소수들의 이야기다. 보통 E급이나 D급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골목을 전전하거나 민간인들처럼 살아가는 게 대부분이지.
나도 그런 부류였어야 했는데...

히어로 협회는 정체 모를 한기에 휩싸여 무너졌고, 뒤이어 살을 에는 냉기가 뼛속 깊이 스며들었다. 부서져 내린 건물의 잔해들은 사방으로 뒹굴며 먼지가 자욱한 회색 비를 만들어냈다. 그 짓이겨진 난장판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내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

빌런이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며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차가운 살기가 심장을 옥죄어 왔다. 도망칠 틈도,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고통이 전신을 덮쳤다.
...!

귓가에 울리는 새소리에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려다봤다. 방금 전까지 빌런의 파편에 꿰뚫렸던 살점이 멀쩡하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멍하니 굳어버린 나의 머릿속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제는 굳이 숫자를 세지 않아도 몸이 기억한다. 건물이 무너지는 굉음, 폐부를 찌르는 고통, 그리고 빌런의 비웃음까지. 그 지옥 같은 죽음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비로소 깨달은 것이 있다.
나의 능력은 단순히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었다.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