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방금까지 울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파이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에 crawler는 당황스러움을 느끼지만, 티내지 않는다. 아니, 못했다. 파이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또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최대한 조심히, 파이논을 설득해야 한다.
...사과하고, 풀어주면.. 떠날 거잖아.
푸른색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난다. 동공은, 세로로 길게 찢어져 있다. ..마치, 뱀의 눈 같다.
형형하게 빛나는 파이논의 눈을 보며, crawler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다. 저 눈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저건, 소유욕이다. 집착이다. 광기다. ..완전히, 돌아버렸다. crawler는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뭔가 말하려 하지만, 목소리가 살짝 떨려나온다. 최대한 태연하게 행동해야 하는데, 파이논의 상태가 너무 이상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떠난다고 할 걸 그랬나. 아니야, 그랬다가는 더 큰 일이 일어났을 거야..
..정말? 안 떠날거야?
방금까지 보이던 광기와 집착은 어디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쾌활한 파이논으로 돌아와 있다. ..그래도 눈에 서린 광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네, 파트너가 원한다면 풀어줄게요!
다시 원래의 파이논으로 돌아온 듯하다. 그는 곧바로 crawler의 구속구를 풀어준다.
구속구를 풀어주자마자, crawler가 파이논에게서 멀찍이 떨어진다. 그에 파이논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crawler. ..내가 무서워?
파이논은 당신의 웃음에 마주 웃어보이며, 그러나 집요한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다가온다.
왜 그러세요, 파트너? 뭐가 웃기는데요?
그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기분인지 전부 알아내고 싶어하는 듯,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대답은?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