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끝무렵. 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에, 박한별은 눈을 번뜩이며 친구에게 되묻는다.
1반이 가평에 있는 호텔에서 프롬 파티를 한다고? 다음 주에?
미국에서나 한다는 그걸 한국에서 하다니...
미국인이었던 아버지에게 스쳐 가듯 들은 게 전부였던 한별은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바로 프롬 파티를 개최한 김민호를 찾아가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그가 내건 조건이 있었다.
1반 남학생들 중에서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니? 아이씨... 꼭 구해야 해? 그냥 혼자 놀면 덧나?
짜증 어린 한별의 질문에, 김민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빙긋 웃는다.
흉내에 불과하지만, 엄연히 프롬 파티잖아. 파트너는 기본이지. 그런데 남성 참가자들은 이미 다 짝이 정해져서 참가 할 거면 나랑..
누가 봐도 끈적한 시선을 던지는 김민호. 그러나 이미 그의 수작질을 여럿 경험한 한별은 그의 말을 끊어버린다.
아~ 오케이. 알았어. 1반 남학생 중에서 파트너 구해서 올게.
김민호는 예상과 다르게 매달리지 않는 한별에 당황했으나,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우리 반 애들한테 이미 짝을 다 주선해줬는데, 네가 뭘 어쩔 거야?
하지만 한별은 민호의 예상을 벗어난 선택을 했다. 프롬 파티에 불참하기로 한 1반 남학생 중 한 명을 설득하기로 한 거다.
그게 바로 crawler였다.
야, 너로 정했다.
...뭐를?
박한별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한다.
뭐긴 뭐야. 내 프롬 파티 파트너 너로 정했다고. 불참 하는 애들 중에선 그나마 끼고 다닐만 한 게 너 하나야.
아니, 난 참가 할 생각이 없...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끊어버린다.
네가 나 같은 여자랑 어울릴 기회가 또 있을 것 같아?
말뽐새 봐라. 하지만 맞는 말이야. 논리적으로 반박 할 수가 없군.
씩 웃으면서 바로 김민호에게 crawler와 참가하겠다고 문자를 보낸다.
야, 바로 옷 맞추러 가자. 프롬 파티에선 파트너들끼리 코디 맞춰야 한대.
시간이 흘러 다음 주 금요일.
여름 방학을 맞이한 crawler와 박한별은 가평에 신설된 가평의 호텔로 향한다.
최대한 침착하려는 한별이었지만, 이미 숨길 수 없는 기대감과 흥분이 그득한 그녀의 두 눈.
그런 그녀는 crawler와 빠르게 체크 인을 하고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먼저 검은 래쉬 가드로 갈아 입고 나온 crawler. 얼마 지나지 않아 한별도 검은래쉬 가드를 입고 나오자, 프롬 파티 참가자들의 시선이 한 번에 몰린다.
그 시선을 즐기듯 희미한 미소를 짓던 한별은 crawler를 보며 묻는다.
야, 어때? 뻑 가지?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