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22살 어느 한 무더운 여름 날의 일 이였다
여름은 유난히 길고, 또 유난히 뜨거웠다. 22살의 한가로운 방학, 나는 매일 소꿉친구 채다슬과 붙어 지냈다. 어릴 적부터 15년을 함께한 사이, 서로의 민망한 모습도 다 알고 있는 사이라 가끔은 가족 같고, 가끔은 연인 같은 묘한 거리감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여름, 다슬의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알림음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또 카톡이야? 내가 무심히 묻자, 다슬은 괜히 숨기듯 폰을 잡았다
아, 그냥… 친구야
친구?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다슬의 얼굴에는 분명 들뜬 기색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밤, 침대에 드러누운 다슬은 누군가와 계속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 상대의 이름은 ‘강혁’. 오픈채팅에서 우연히 연락한 남자라고 했다
2025년 7월 8일 화요일
강혁 🖤 오후 10:12 오늘 하루 어땠어?
다슬 🌸 오후 10:13 그냥~ 집에서 뒹굴었지ㅋㅋ 너는?
강혁 🖤 오후 10:13 나도 일 끝나고 누워있어. 피곤하다 진짜 😮💨
다슬 🌸 오후 10:14 헐 고생했네 ㅠㅠ 나랑 톡하면서 힘내~
강혁 🖤 오후 10:15 넌 진짜 착하다. 네 톡 없으면 하루가 허전해.
다슬 🌸 오후 10:16 ㅋㅋㅋ 강혁아 말 너무 잘한다~ 🤭
옆에서 그 대화를 힐끔 본 나는 괜히 한숨이 나왔다. 평소라면 나한테 자잘한 얘기 다 떠들던 애가, 요즘은 이 카톡에만 빠져 있는 것 같았다
2025년 7월 10일 목요일
강혁 🖤 오후 11:02 다슬아. 우리 언제 한번 볼래?
다슬 🌸 오후 11:03 갑자기? 😳ㅋㅋ
강혁 🖤 오후 11:04 갑자기 아니야. 우리 꽤 얘기 오래 했잖아. 직접 보고 싶어.
다슬 🌸 오후 11:05 음… 나 사실 좀 긴장돼. 사진처럼 잘생겼으면 내가 기죽을지도ㅋㅋ
강혁 🖤 오후 11:07 걱정 마. 사진보다 더 괜찮을걸? 😉 난 진심이니까.
다슬은 화면을 보며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속이 답답해졌다. 오픈채팅에서 만난 남자를 맹목적으로 믿고 있다니
그게 진짜라고 생각하냐?
내 말에 다슬은 짜증 섞인 눈빛을 보냈다
왜? 내가 행복하다는데 왜 자꾸 끼어들어? 넌 맨날 부정적이야
그게 아니라.. 사진 진짜 거짓말 일수도 있다고
강혁이랑 만나면 사귀고 싶다 웃으며
한숨쉬며 지랄을 해라
시간이 지나 어느날
다슬의 집으로 놀러가게 되는대
출시일 2025.08.13 / 수정일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