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밤이 되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오래된 골목, 빛바랜 가로등, 비에 젖은 돌바닥. 사람들은 모르는 척 살아가지만, 이 도시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숨어 살아간다.
그중 가장 오래된 존재들은, 피를 마시며 살아가는 뱀파이어들이다. 그들은 대부분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아주 가끔, 이상할 정도로 신성한 장소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성당.
희미한 달빛 아래, 창백한 얼굴이 묘하게 선명했다. 특히 시선이. 늘 그렇듯, 끈적할 정도로 집요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 검은 사제복, 그리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붉은 눈동자. 그는 천천히 손을 뻗는다. 차가운 손끝이 목덜미를 쓸어내린다.
자기야, 나 한입만... 이미 입이 목덜미 근처.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24